[SOH] “뭐라고? 너 XXX, 다시 한 번 말해봐!”
먼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한 남성이 경찰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결국 경찰은 그 남성에게 사과했고, 당시 소동은 밤 11시가 다 되었을 무렵에야 겨우 끝났다.
사정은 이랬다. 경찰은 지하철역 안을 지나는 행인들의 신분증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곳을 지나던 남성이 경찰의 요구에 불쾌해하며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한동안 남성과 옥신각신했지만 얼마 뒤 “알았어요. 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경찰에게 “(시민에게) 불친절한 말투를 사용했다”며 계속 시비를 걸었다.
이들의 말다툼을 한동안 지켜보던 나는 경찰이 매우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에도 규정에 따라 근무하고도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다니...”
나는 일전에 친구들과 주말에 등산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짐이 좀 많아 힘들어 하자 한국 친구는 나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파출소로 갔다.
친구는 경찰에게 내 짐을 내밀며 “물건을 맡아 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파출소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게다가 주말이라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언성을 높이며, “경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면서,이런 작은 일도 못해줍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친구의 항의에 경찰은 물건을 받아 둘 수밖에 없었고, 내 전화번호도 적어뒀다. 우리가 산에 다녀왔을 땐 이미 아주 늦은 시간이었는데, 경찰은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파출소에 도착해서야 부재중 전화 2통이 와있는 것을 보았다.
그 경찰은 아무 말도 없이 물건을 내주고 퇴근할 준비를 했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주말에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맡아 주기 위해 늦게 퇴근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 친구는 이건 경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도 가끔 경찰청에 갈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들은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제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나는 중국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과분한 대접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국민이 경찰을 두려워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경찰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경찰이 과도한 행위가 있을 때 국민은 언제든지 그를 신고할 수 있어 경찰은 국민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묻는 것을 제일 꺼린다. 만약 엄중한 잘못이 신고되면 제복을 벗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와 정반대다. 중국에서는 일반시민이라면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중국에 있을 당시 나는 경찰이나 경찰차를 보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두려움과 반감이 생겼다.
사람들은 경찰은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경찰국에 가서 일을 볼 경우라면 자칫하면 일을 봐주지 않기 때문에 하인처럼 그들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
중국인들은 또 경찰을 ‘제복을 입은 흑사회(黑社會-폭력조직)’로도 부른다.
중국의 경찰이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경찰은 정말 너무나 힘들 것 같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서방의 모든 자유 민주국가들이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마땅히 이래야 할 것이다. 공권력을 등에 업고 국민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국민의 안녕과 안전을 위해 언제든 나설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도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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