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명나라 강서(江西)에서 글을 가르치던 유도(兪都)라는 한 서생이 있었다. 그는 일곱 번 과거시험을 봤지만 모두 합격하지 못했다. 슬하에 5남 4녀를 두었지만 딸 하나만 살아남았다.
유도의 아내는 상심이 커서 두 눈이 실명되었고, 학관(學館)도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되었다. 유도의 생활은 갈수록 궁핍해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평생 크게 잘못한 일이 없었는데, 왜 하늘은 벌을 내리는 것일까?"
유도는 날마다 글을 써서 부엌 신(?神)에게 자신을 대신해 하늘에 전해주기를 기도했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47세 되던 섣달그믐날 유도는 이웃에서 양식을 빌려와 실명한 아내와 딸과 근심 어린 얼굴로 마주 앉았다.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니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검은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유도에게 “나는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오. 당신이 근심이 많아 한탄만 한다고 하기에 특별히 먼 곳에서 오는 길이라오.”라고 말했다.
유도는 노인을 바라보며 “저는 평생 책을 읽고 행실을 다져왔지만 공명을 얻지 못했고 가정에는 여러 번 불행이 닥쳐 생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라고 자신의 신세를 토로했다.
하지만 노인은 엄한 눈빛과 음성으로 유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평소 하는 말이 각박하고 남을 비웃기도 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간소하고 순박하며 성실하다고 자처하니 이것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또 음탕한 행동을 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자세히 관찰하며 바르지 못한 생각을 한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혼자 있을 때 마음속으로 질투, 불평, 공명과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바라지 않는가? 이런 좋지 못한 생각들이 모두 이미 기록되어 하늘의 징벌도 갈수록 심각해지니 당신이 재난을 피하기도 힘든데 또 무슨 복을 바라는가?”
노인의 꾸지람에 매우 놀란 유도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제가 남몰래 한 일을 다 알고 계시는 것을 보니 당신께선 부엌 신이 틀림없습니다. 제발 저를 구해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유도를 잠시 바라본 후 말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각종 잡념을 버리고 늘 선념을 남기기 바란다. 보답을 바라지 말고 명리를 구하지 말며 크고 작은 일과 힘든 일도 확실하게 선하게 일을 하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생각지 못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빨리 행동으로 행해야만 하늘의 뜻을 만회할 수 있다!”
노인은 말을 마친 후 부엌 쪽으로 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유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선념으로 대했고 마음을 조용히 하여 잡념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사람들을 만나면 선을 권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신을 존경하고 인과응보의 도리로 사람들을 깨우쳤다. 3년이 지나자 유도는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수도에 들어가 글을 가르치게 되었다.
또 재상인 장강릉(張江陵)의 존경을 받아 태학(太學)에 추천받았고, 이듬해엔 진사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오랫동안 헤어졌던 아들도 찾았고, 그의 부인도 시력을 다시 회복했다.
사람들도 유도의 고상한 품덕에 탄복해 앞을 다퉈 자녀들을 그에게 보내 공부하게 했다. 모두들 유도가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선을 행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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