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빔비사라는 고대인도 마가다국의 왕으로 붓다에게 최초의 절인 ‘죽림정사(竹林精舍)’를 지어 바치고 불교를 포교하는 데 정성을 다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말년에 비운을 맞게 되어 아들 아자타사투르 태자에게 유폐 당하여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태자는 부왕 빔비사라를 일곱 겹의 담으로 둘러싼 감옥에 가두어 왕위를 빼앗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태자와 부왕과의 악연 때문이다. 빔비사라 왕은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서 아들 낳기를 간절히 바랐다. 예언가를 찾아가 물으니 “히말라야에 한 선인(仙人)이 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죽으면 태자로 태어날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선인이 죽으려면 3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왕은 급한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부하를 시켜 그 선인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곧 왕비에게 태기가 있게 되고 아들을 얻게 되었다. 왕은 아들을 얻은 기쁨에 관상가에게 아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관상가가 하는 말이 “태자는 전생의 원한으로 이다음에 반드시 대왕마마의 왕위를 찬탈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몹시 상한 왕은 어린 태자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태자는 새끼손가락만 다쳤을 뿐 멀쩡했다. 왕은 태자를 죽이려는 생각을 거두고 태자에게 더없는 사랑을 베풀며 키웠다.
물론 모든 사실은 극비에 부쳤으나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 결국 태자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붓다의 사촌 동생인 데바닷타가 왕과 태자 사이를 이간질했던 것이다.
왕이 갓 태어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자는 부왕에 대한 원망이 커져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왕위를 빼앗고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었다.
감옥에 갇힌 빔비사라 왕은 영취산을 바라보며 붓다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래, 내 잘못에 대한 응분의 벌을 받는구나. 그 누구를 원망하겠는가?”라며 참회했다고 한다.
다행히 빔비사라의 왕비인 어머니 위제희의 간절한 설득으로 태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로써 참회하며 곧바로 아버지를 풀어주기 위해 군사를 보냈다.
그러나 빔비사라 왕은 그 병사들이 자신을 죽이러 오는 것으로 착각하여 겁에 질린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한편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은 아자타사투르는 후에 큰 병을 얻었고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후회했다고 한다.
빔비사라 왕과 태자 간의 갈등을 목도하고 원망이 깊어진 위제희를 위해 붓다는 『관무량수경』을 설하셨다. 세상만사가 인과(因果)의 분명한 사슬 속에 묶여 돌아감을 실증하는 교훈적 예화(例話)다. 사슬처럼 얽힌 세상을 사는데 묘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선과(善果)를 위해 작은 일에서부터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 하겠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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