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양두구육은 양 머리에 개고기, 밖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판다(縣羊頭賣狗肉)는 뜻입니다.
겉으로는 훌륭하지만 속은 전혀 다르게 형편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지요.
그래서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걸어 두고 좋지 않는 물건을 파는 것을 비유할 때도 씁니다.
양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는 뜻의 ‘현양두매마포(縣羊頭賣馬脯)’이나, 소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는 뜻의 ‘현우수매마육(縣牛首賣馬肉)’이 모두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안자춘추(晏子春秋), 양자법언(揚子法言), 한서(漢書) ‘광무기(光武紀)’ 등에 실려 있습니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궁중의 여인들에게 남장을 시켜놓고 즐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 이상한 취미는 곧 백성들 사이에도 유행되어 온 나라 안 여인들이 모두 그것을 따라 남장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영공은 여인의 남장을 금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이 명령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재상 안영(晏嬰: 晏子)이 임금에게로 나아가니 영공이 그에게 금령이 이행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안영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전하께서는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하게 하시면서 궁 밖의 여인들에게는 금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비유하자면 ‘밖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격입니다(혹은 밖에는 소머리, 안에서는 말고기라고도 함). 전하께서 궁중에서 남장여인을 금하신다면 궁 밖에서는 감히 누구도 남장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공은 안영의 진언을 받아들여 궁중의 여인들에게 남장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그 이튿날부터 제나라에서는 남장 여인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라는 말이 있듯이 윗사람이 즐겨하면 아랫사람들도 따라 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은 바르게 하지 않으면서 아래 사람만 바르게 하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따르게 할 수 없겠지요.
겉과 속이 다른 뜻의 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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