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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고 하늘에서 난동을 피우다-9회

편집부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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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제천대성이 된 오공은 제천부 소속의 두 사관이 조석으로 시중을 들어주는 터라 벼슬의 등급이나 관록의 높고 낮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요. 하는 일 없이 자유로운 몸이 된 오공은 천궁을 두루 유람하며 신선들과 벗을 삼았습니다.

 

삼청을 만나면 ‘님’으로 존대하고 사제를 만나면 ‘폐하로 불렀으며, 구요성, 오방장, 이십팔수, 사대천왕, 그 밖의 별의 신들과는 ’너, 나‘로 통하며 허물없이 지냈습니다. 그런가하면 오늘은 동에서 내일은 서에서 놀며 행적이 일정치 않았지요.


어느 날 옥황상제가 조회에 나가자 대신들 속에서 허정양 진인이 앞으로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습니다.


허정양: “지금 제천대성은 하는 일없이 날마다 성수들을 찾아다니며 분별없이 처신하고 있습니다. 계속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또 무슨 일을 버르집어놓을지 모릅니다. 폐하께서 그에게 한 가지 일리라도 소임을 맡겨 그의 못된 근성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심이 좋을까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곧 오공을 불러들여 반도원의 관리를 맡겼습니다. 소임을 맡은 오공은 신이 나서 그 길로 반도원으로 달려갔지요.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무성한 복숭아밭의 풍경은 이랬어요.


  하얀 송이 복숭아꽃 구루마다 만발하고
  주렁주렁 달린 열매. 가지마다 아롱진데
  연지곤지 발랐는가. 아름답기 그지없고
  비단병풍 둘렀는가. 푸른 입새 반드럽네.
  꽃이 피어지지 않고 열매 달려 주렁지니
  익은 열매 울긋불긋 햇빛 아래 눈부시고
  설은 열매 파릇파릇 때가 되길 기다리네.
  수천 년에 한번 익어 무병장수 보신되니
  희귀하다 반도라네
 

오공은 반도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토지신에게 물었습니다.


손오공: “원내에 나무가 모두 얼마나 되느냐?”


토지신: “3천 6백 그루입니다. 맨 앞의 1천 2백 그루는 꽃과 열매가 작아 3천 년 만에 한 번씩 익지요. 사람이 그것을 먹으면 신선이 되어 몸이 가볍고 튼튼해집니다. 가운데 1천 2백 그루는 꽃잎이 많고 열매도 달아 사람이 그것을 먹으면 하늘에 오를 수 있고 장생불로할 수 있습니다. 맨 뒤에 있는 1천 2백 그루는 자줏빛 무늬가 지고 씨가 작아서 9천 년 만에 한 번씩 익는데 사람이 그것을 먹게 되면 장수하고 해와 달과 더불어 영생불멸하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오공은 여간 기쁘지 않았지요. 그날부터 오공은 친구들과의 내왕도 끊어버리고 사흘이 멀다하고 반도원에 나와 일을 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과일은 하루가 다르게 보기 좋게 익어갔습니다. 어느 날 묵은 나뭇가지에 주먹만큼 한 복숭아들이 빨갛게 익어 있는 것을 본 오공은 하나 따 먹고 싶은 생각을 억제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토지신 , 역사 , 제천부의 선관들이 옆에 붙어 있는 터라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계교를 부렸지요.


손오공: “너희들은 잠시 문 밖에 나가 있거라. 난 정자에 올라가 한잠 자야겠다.”


그들이 나가기를 기다려 오공은 옷을 벗고 나무에 기어올라 크고 잘 익은 것을 골라 배가 불룩해지도록 따먹었어요. 그 후로 오공은 반도원에 올 때마다 꾀를 부려 복숭아를 훔쳐 먹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반도원의 주인인 서왕모가 요지에서 보각을 열어놓고 ‘반도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서왕모는 일곱 선녀에게 각각 바구니를 들고 반도원에 가서 복숭아를 따오게 했어요. 선녀들이 반도원 앞에 이르자 토지신이 그들을 막으며 먼저 제천대성에게 아뢴 뒤에야 문을 열어줄 수가 있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오공이 보이지 않자 선관은 대성님께는 나중에 자신이 보고하겠다며, 선녀들에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선녀들이 앞쪽 나무에서 두 바구니를 따고 중간에 있는 나무에서 세 바구니를 채우고 나서 뒤쪽의 나무로 가 보았을 때 어찌된 일인지 푸른 복숭아만 듬성듬성 달려 있을 뿐 익은 복숭아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물론 잘 익은 복숭아는 이미 오공의 뱃속에 들어간 때문이지요. 그것을 알길 없는 선녀들은 복숭아를 찾느라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다 남쪽으로 뻗은 가지 위에 반쯤 익은 복숭아를 발견한 선녀들은 가지를 잡고 조심스럽게 복숭아를 따고는 잡았던 가지를 놓았습니다. 그 바람에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 가지 잎사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오공은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며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귀에서 여의봉을 뽑아들고는 꽥 소리를 질렸습니다.


손오공: “너희들은 어디서 온 요괴이기에 감히 내 복숭아를 훔치려 하느냐?”


깜짝 놀란 일곱 선녀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선녀들: “대성님 노여움을 푸세요. 저희들은 왕모님의 분부를 받고 온 칠 선녀예요. 보각을 열어 놓고 반도회를 열기로 되었기에 복숭아를 따러 왔어요.”


손오공: “알았으니 그만 일어나시오. 그런데 그 연회에는 어떤 분들을 청하게 되오?”


선녀: “이 모임에는 전례가 있어요. 먼저 오방의 다섯 어른과 그 밖의 각 궁궐에 계시는 크고 작은 신선들이 모두 반도대회에 초청되요.”


손오공: “나도 초청했느냐?”


선녀: “그런 말씀은 듣지 못했는데요.”


손오공: “난 제천대성이오. 나를 초청한다고 해도 예의에 어긋나진 않을 것이오.”


선녀: “방금 말씀드린 건 지금까지의 관례이오나, 오늘의 모임은 어떻게 하는지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손오공: “그렇겠지. 너희들을 나무랄 건 없지. 그럼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오. 내 가서 나를 청했는지 알아보고 올 테니.”


말을 마친 오공은 재빨리 주문을 외우고 선녀들을 향해 기압을 넣었습니다.


손오공: “꼼짝 말고 서 있거라!”


오공의 정신법에 걸린 선녀들은 눈을 멀뚱히 뜬 채 복숭아나무 밑에 서 있었습니다. 그 길로 반도원을 나선 오공은 구름을 타고 곧바로 요지를 향해 날아가다가 앞 쪽에서 오색구름을 타고 오는 신선을 만났습니다. 그가 적각대선임을 알아본 오공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어요.


손오공: “대선님.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적각대선: “왕모님의 초청을 받고 반도회에 가는 길이오.”


손오공: “대선께선 아직 모르고 계시는 군요. 옥황상제님께서 저의 근두운이 빠른 것을 아시고 저를 오방의 길에 파견하였소. 이번 대회는 먼저 통명전에 모여 식을 올린 뒤에 다시 연회장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적각대선은 고지식한 사람이라 오공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요. 대선이 가버리자 오공은 변신술을 써서 적각대선으로 모습을 바꾸고는 요지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이윽고 요지의 보각에 이르러 구름에서 내려선 오공은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섰어요.


  술 향기 그윽한 보각 안에 맑을 기운 자욱이 서려 있네.
  황금병풍 줄줄이 늘어섰고 팔보 의자 촘촘히 놓였는데
  오색의 금탁자와 영롱한 옥쟁반엔
  용의 간이며, 봉의 골수 곰발바닥이며 성성이의 입술로 만든
  진기한 요리들이 가득 하네
  실로 맛깔스러운 진수성찬이요 빛깔 좋은 산해진미로다.


보각 안은 모든 준비가 빈틈없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아직 손님은 아무도 와 있지 않았습니다. 오공이 향기로운 술 냄새를 쫓아 복도로 나와 보니, 처마 밑에서 선관들이 한창 술을 달이고 있었어요. 오공은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치솟자 몸의 털을 몇 가닥 뽑아 입 안에 넣고 짓씹다가 내뿜으며 소리쳤습니다.


손오공: “변해라!”


털들은 삽시에 잠벌레로 변해 선관들의 얼굴로 날아가 붙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내 내려오는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들었던 일감들을 놓고 잠속으로 곯아떨어졌지요. 오공은 닥치는 대로 음식들을 집어다가 술을 독 째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단숨에 몇 독을 비우고,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된 오공은 비틀거리며 보각을 나와 제천부로 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도솔천궁에 이르렀습니다.


손오공 : “엉? 도솔궁이라면 33천중에서도 제일 높은 이한천 태상노군이 있는 곳이 아닌가? 내가 어떻게 여기를 온 걸까? 온 김에 노군이나 한번 만나보고 갈까?”


오공은 정신이 번쩍 들어 옷깃을 여미고 안으로 들어갔으나 어디에도 태성노군은 물론 선관들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단약을 굽는 방까지 들어간 오공은 단약로에 불이 지펴져 있고 다섯 개의 표주박에 금단이 가득 담겨져 있는 것을 보고는 날듯이 기뻤지요.


손오공: “이건 생령을 구할 수 있는 선가의 보배 중의 보배가 아닌가! 내가 도를 깨친 뒤로 진작부터 금단을 만들어 생령을 구해줄 생각이었는데, 오늘 뜻밖에 이런 인연을 만났으니 노군이 없는 기회에 몇 알 맛이라도 볼까?”


오공을 표주박을 기울여 땅콩을 먹듯이 모조기 입안에 쓸어 넣었어요. 얼마나 먹었는지 술기운이 가신 듯 사라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손오공: “이거 야단났구나! 옥황상제가 알게 되면 나는 목숨 부지하기가 어렵겠는 걸. 에라! 이 기회에 몸을 피해 하계로 내려가 왕 노릇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자.”


오공은 도솔궁을 뛰쳐나와 그 길로 은신법을 써서 사천문으로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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