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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태종, 저승에서 혼을 돌려받다-17회

편집부  |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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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이런 시가 있지요.
 

  큰 나라 도읍은 장엄해
  여덟 갈래 강물이 네 산을 감도누나.
  많은 제왕 이곳에서 떨쳐 일어났거니
  장안성 예로부터 그 이름 높았누나


섬서의 당나라 장안성은 역대 제왕이 도읍을 정한 곳으로 웅대하고 번화한 도시입니다. 기생 거리가 36개 구역이나 되었고, 관현악 극장만도 72개의 누각에 걸쳐 있는 중국인뿐 아니라 각국의 인종이 모여든 세계 제일의 대도시였지요. 때는 태종 황제가 즉위한 지 열세 해. 천하는 태평스럽고 나라에는 수많은 영웅호걸이 속출되던 시기였습니다.

 
장안성 편전에서는 태종과 재상 위징이 마주 앉아 한가하게 바둑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시에 노래하기를..

 
 바둑판은 땅이요 바둑알은 하늘이라
 희고 검은 바둑알에 온갖 조화 들어 있네.
 미묘한 변화로 바둑판에 진세를 벌일 때
 어젯날 난가의 신선들은 웃으며 자랑하네.

 
임금과 신하가 대국을 벌이는데 한낮이 한참 지나도록 한판이 끝나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시의 3각이 되자 위징이 갑자기 바둑판에 엎드려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태종: “경은 실로 사직의 존망과 나라의 대업을 위해 노심초사하는구려. 어찌 피곤치 않으리오.”


태종은 위징의 잠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징은 깨어나 황급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위징: “제가 그만 얼떨결에 깜박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폐하! 저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태종: “그게 무슨 죄가 되겠나, 어서 일어나서 이판은 치우고 새로 한판 두어 보세.”


위징이 감사의 뜻을 표하고 막 바둑알을 집어 들었을 때.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더니 진숙보와 서무공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용머리를 들고 와 태종께 아뢰었습니다.


진숙보: “폐하! 바다가 얕아지고 강물이 마르는 일은 전에도 더러 있었습니다만 이 같은 변괴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태종: “이게 무엇이냐?”


서무공: “천보낭하의 남쪽 네거리에서 구름 사이로부터 이 용머리가 떨어져 내렸기에 폐하께 아뢰지 않을 수 없어 가지고 왔습니다.


태종: “위징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위징: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가 방금 꿈속에서 벤 용입니다.”


태종: “경은 잠이 들어서도 수족 한 번 놀리지 않았고 손에 칼 한 자루 쥐고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용머리를 벨 수 있단 말이오?”


위징: “폐하! 그 자는 경하의 용왕으로 얼마 전 옥황상제의 뜻을 어기고 마음대로 비의 양과 시간을 조정했기에, 신은 어젯밤에 옥황상제로부터 오늘 오시에 그 용의 머리를 베라는 어명을 받았습니다. 조금 전 몸은 폐하 곁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넋은  과룡대로가 천병의 손에 포박되어 있는 그 용을 처단하고 돌아왔습니다. 용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인 줄 압니다.”


위징의 대답을 들은 태종은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기쁜 것은 위징 같은 호걸이 있는 한 나라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오. 슬픈 것은 며칠 전 꿈에 웬 사람이 태종 앞에 꿇어 엎드려서 자신은 경하의 용왕인데 하늘의 법도를 어겨 인조관 위징의 손에 처단되기로 되었다면서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종은 그를 불쌍히 여겨 살려주마고 약속하고는, 그 꿈이 마음에 걸려 문관 서세적을 불러 꿈 이야기를 들려주니 오늘 하루 위징을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위징을 불러들여 바둑을 두었던 것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서 오는 마음의 가책이었습니다.


태종은 하는 수 없이 숙보에게 명령해 용머리를 번화한 거리에 높이 걸어 백성의 본보기로 삼게 하고는 위징에게 후한 상을 내렸습니다. 그날 밤 태종은 꿈속에서 살려달라고 애걸하던 용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떠올라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고, 머리가 흐릿해지며 몸도 불편해졌습니다. 그런데 태종이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이경 무렵 난데없이 밖이 소란스러워 지더니 경하의 그 용왕이 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용왕: “당태종아! 어서 빨리 내 목숨을 살려내라! 넌 어젯밤에 분명 나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오늘 인조관을 시켜 내 목을 베게 했다. 더 말할 필요 없이 어서 나와 함께 염라왕을 찾아가 시비를 따져보자!”


태종을 부여잡고 막무가내로 끌어당기는 용왕 앞에서 태종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필사적으로 버티느라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이때 정남쪽으로부터 영롱한 안개가 피어오르며 선녀가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버들가지를 휘젓자 머리 없는 용은 구슬프게 흐느끼면서 서북쪽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선녀는 다름 아닌 토지신 사당에 묵고 있던 관음보살로서 심야에 때아닌 귀곡성을 듣고는 몸소 밖으로 나와 업룡을 물리치고 황제를 위험에서 구해준 것이지요.


태종: “귀신이다! 귀신!”


태종이 꿈에서 깨어나며 질러대는 다급한 소리에. 삼궁 왕후들과 육원의 비빈들,  환관들은 겁을 집어먹고 부들부들 떨며 온 밤을 뜬눈으로 새웠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날이 지나도록 태종은 조회에 나오지 않았고, 태후가 명을 내려  의관만 황제를 뵙고 약을 올리게 했지요. 문무관원들은 조정 밖에서 기다리다가 의관이 나오자 폐하께서 병환이신가고 물었습니다.


의관: “폐하께선 기맥이 고르지 않으시고 변열이 심하셔서 자꾸 귀신이 왔다며 헛소리를 하십니다. 십동 일대의 맥으로 보아 페하의 수명은 이레를 넘기지 못할 듯합니다.”


의관의 말을 듣고 백관들이 비통해 하는데 태후로부터 서무공 · 호국공 · 위지공은 안으로 들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세 사람이 어명을 받들고 황급히 별전으로 들어가자 태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지요.


태종: “경들은 들어보오. 짐은 열아홉 살 때부터 군사를 이끌고 천하를 돌아다니며 싸워 왔지만 종래로 귀신을 접해 본 일은 없었소.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뜻밖에도 귀신을 보았소.”


위지공이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굽혔습니다.


위지공: “폐하께서는 창업의 길에서 살인도 수없이 하셨는데 그까짓 망령 따위가 겁나시겠습니까?”


태종: “경들은 믿기 어려울 거요. 밤만 되면 유령들이 나타나 짐의 침궁 밖에서 기왓장을 뒤집고, 돌을 던지는가 하면 곡성까지 내고 있는데 참으로 견디기 어렵구료.”


위지공: “페하 부디 안심하십시오. 오늘 밤부터 신이 호국공과 함께 궁문을 굳게 지키며 도대체 어떤 유령인가를 확인하겠습니다.”


그날 밤 두 장군은 갑옷과 투구로 몸을 가뜬히 차리고, 금과와 도끼를 손에 들고 궁문 곁에서 밤을 새웠지만 망령 같은 것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태종은 침전에서 편한 잠을 잘 수가 있었지요. 이렇게 며칠 밤이 두 장군의 호위로 무사히 지나갔지만 태종은 여전히 수라를 제대로 들지 못했고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습니다. 당태종은 두 장군의 수고를 계속 볼 수 없어 화공을 불러다 그들의 늠름한 용모를 그리게 하여 지키던 문 위에 붙이게 하자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2,3일이 지나자 이번엔 후재문 밖에서 벽돌과 기왓장이 깨지는 어지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태종은 다시 백관들을 불러들였지요.


태종: “연일 앞문에서 별다른 동정이 없어, 짐은 마음을 놓았었소. 그런데 어젯밤 다시 뒷문에서 소리가 나 과인을 놀라게 했소. 이번엔 앞문의 호위는 경덕과 숙보가 맡고 뒷문의 호위는 위징이 맡아주었으면 하오.”


명을 받은 위징은, 날이 저물자 무장을 갖추고 살기가 번뜩이는 용머리를 벤 검을 들고 후재문 앞에 서서 예리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어떤 요괴가 감히 올수 있으랴? 싶게 사납고 용맹스런 풍채였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웠지만 앞뒷문 모두 망령 같은 것은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태종의 병세는 더욱 위독해져 어느 날 태후는 대신들을 불러 후사를 상의하고, 태종도 서무공을 불러 국가 대사를 맡기면서 옛날 유비가 그랬듯이 뒤에 남게 될 태자와 황후를 부탁했지요. 그리고 목욕재계하고 운명 할 때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위징이 다가와 용포자락을 붙잡고 아뢰었습니다. 


위징: “폐하! 심려 푸소서. 소신에게 한 가지 방도가 있으니 페하께서는 반드시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태종: “짐의 병은 이미 골수에 미친 바인데 어찌 장수하기를 바라겠소.”


위징: “여기에 소신이 가지고 온 봉서 한 통이 있습니다. 이것을 병부에 가지고 가셔서 지부의 풍도판관 최각에게 주소서.”


태종: “최각이란 누구요?”


위징: “최각은 태상황제를 모시던 신하로, 에부시랑에까지 발탁되었던 사람입니다. 그와 소신은 의형제을 맺어 매우 가까운 사이였는데, 지금은 이승을 떠나 명부에서 염왕의 서기관으로 생사부를 맡아보고 있으며 소신과는 꿈에 늘 만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이 편지를 전하면 그는 신과의 정분을 생각해서라도 필연코 혼백을 이승으로 돌려보낼 터이니, 폐하께서는 반드시 장안으로 돌아오시게 될 것입니다.”


태종은 그 말을 듣고 위징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용포의 소맷자락에 넣고는 눈을 감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삼궁과 육원의 황후와 비빈, 시중들과 태자, 문무대신은 상복을 입고 곡을 했으며, 화려하게 장식한 황제의 관은 백호전에 모셔졌습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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