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오장관에서 오공은 인삼과를 훔쳐 먹다-43회
[SOH] 지난 시간 삼장이 끝내 거절한 인삼과를 들고나온 선동들은 쟁반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선동1 : “이걸 어쩌지? 인삼과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말라서 먹지 못하게 되는데 이건 우리가 먹는 수밖에 없겠어.”
선동2 : “맞아. 스승님이 오실 때쯤이면 이미 말라서 못 먹게 될 테니까. 인삼과를 못 알아보는 당승 덕분에 이 진귀한 걸 우리가 하나씩이나 먹게 됐으니 우린 정말 행운인걸.”
그런데 그들의 침실은 부엌방과 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 마침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던 팔계는 금막대기로 인삼과를 따는 얘기부터 인삼과를 먹는 소리까지 낱낱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팔계 : “야~ 그것 참. 나도 한입 먹어 봤으면 좋겠는걸!”
팔계는 아궁이에 불 땔 것도 잊고 오로지 오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오공이 말을 나무에 매는 것을 보자 얼른 손짓해 불렀습니다.
오공 : “어이~ 팔계! 왜 또 그래. 밥이 모자랄까봐 그러느냐?”
팔계 : “형 그게 아냐. 이 절에 인삼과라는 보배가 있다는데 형은 들어본 적 있어?”
오공 : “정말? 그걸 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그걸 초환단이라고 하면서 하나만 먹어도 굉장히 오래 산다는 말은 들은 일이 있지.”
팔계 : “아니 그러니까 저 선동들이 하는 얘기가 그걸 두 개 따다가 스승님께 드렸는데 스승님이 갓난아이라면서 그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극구 먹기를 거절하자 가지고 나와서 저것들이 먹어치웠단 말이야. 뭐 금막대기로 그걸 딴다는데 형은 나보다 퍽 날랜 편이니까 얼핏 인삼과원에 들어가 몇 개 훔쳐 오는 게 어때?”
오공 : “그야 뭐 어려울 게 있을려구. 내 얼핏 가서 훔쳐 오마.”
오공은 은신법을 써서 선동의 방에 들어가 금막대기를 훔쳐 들고 나와서 화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오공이 몇 개의 화원 문을 거쳐 들어가자 무성한 기화요초 햇빛 아래 눈부신데 정 복판에 소슬히 높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푸른 가지는 진한 향기를 풍기고 무성한 잎사귀는 파초 잎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높이는 천척이 넘고 밑동은 일여덟 아름은 충분히 되어 보였습니다. 오공이 그 나무 밑에가 올려다보니 꼭 갓난아기와 같은 인삼과 하나가 달려있는데 아기의 엉덩이 사이에 꼭지가 나뭇가지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아이와 같이 손발을 놀리고 고개를 내젓고 있는 것 같고 바람이 일 때면 소리까지 내는 것 같았습니다.
오공 : “야, 이거야 말고 정말 보재로구나!”
오공은 나무줄기를 타고 쓩 위로 올라가 금막대기로 열매를 살짝 내리치자 인삼과는 이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오공이 뒤따라 내려와 인삼과를 찾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오공 : “이상한데? 발이 있으니 걸어갈 수는 있겠지만 담장 밖으로 빠져나가진 못했을 텐데 풀숲을 샅샅이 뒤져도 없다니 이건 틀림없이 토지신이 슬그머니 감춰버린 거야.”
오공은 곧 인을 맺고 ‘암’ 자의 주문을 외워서 화원의 토지 신을 불러냈습니다.
토지신 : “대성님! 저에게 분부가 있으신지요.”
오공 : “너는 이 오공님이 천하가 다 아는 무서운 도적인 걸 모르느냐? 이 나무에 열린 열매는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들도 쪼아 먹을 수 있는 판에 이 오공님이 하나쯤 따 먹는 게 무슨 죄라고, 네놈이 내가 일껏 떨어뜨려 놓은 걸 가로챈단 말이냐?”
토지 신 : “대성님! 저는 아닙니다요. 이 보물은 지선의 것인데 귀선이 제가 어떻게 감히 손 댈 수가 있겠습니까? 제게는 잠시 냄새 맡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뎁쇼.”
오공 : “그러면 이것이 어디로 갔단 말이냐?”
토지신 : “이 열매는 근 만년에 30개 정도 열리는 과일로 금, 목, 수, 화, 토의 오행과는 서로 상극입니다. 이 과일은 금을 만나면 떨어지고 나무를 만나면 시들어 버리고 물을 만나면 녹아 버리고 불을 만나면 타버리고 흙을 만나면 잦아들고 맙니다. 그래서 딸 적에는 금으로 된 연장을 써야 되고 받을 적에는 비단헝겊을 깐 그릇을 써야만 받아낼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나무 그릇을 쓰게 되면 이내 시들어 버려서 먹어도 장수할 수가 없게 됩니다. 먹으려면 자기 그릇에 담아 맑은 물에 녹여서 먹어야 됩니다. 방금 대성께서 따신 열매는 이미 흙속으로 잦아들어갔을 겁니다.”
오공 : “음, 듣고 보니 네 말이 옳은 것 같군. 그만 돌아가도 좋다.”
혼자 남은 오공은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한 손으로는 금막대기를 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직칠섶을 당겨 보자기처럼 펼쳐 쥐고 인삼과 세 개를 골라서 따 담은 후 곧장 팔계가 있는 부엌방으로 갔습니다.
팔계 : “형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오공 : “자 어때? 이 형님이 가자마자 따 왔단 말이지. 너 얼른 가서 사오정을 불러오너라.”
오공 : “사오정! 너 이게 뭔지 알만 하냐?”
오정 : “인삼과로군요.”
오공 : “제법인데? 너 어디서 먹어보기라도 했더냐?”
오정 : “아이구, 제가 어떻게 먹어봐요. 직접 먹어보진 못했어도 이전에 권렴대장으로 있을 때 반도회에서 해외의 여러 신선들이 이 과일을 서왕모께 드리는 것을 봤어요. 형, 나도 이 과일 맛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오공 : “그야 물론 네 몫도 있지. 우리 셋이 하나씩 먹어보자.”
팔계는 인삼과를 보자마자 하나를 집어 들고 입 안에 넣기가 무섭게 그대로 꿀꺽 삼켜버리고는 흰 눈자위를 디룩거리며 오공과 오정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팔계 : “지금 둘다 먹고 있는 건 뭐야?”
오정 : “인삼과지 뭐긴 뭐야?”
팔계 : “인삼과? 그래 맛은 어때.”
오공 : “오정아, 저깐 녀석은 내버려 둬라. 팔계 넌 먼저 먹어치우고는 누구에게 묻는 거냐?”
팔계 : “형, 난 너무 급하게 먹다보니 무슨 맛인지, 씨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고 그냥 삼켜버렸어. 난 지금 구미가 당겨 못 견디겠네. 형! 부탁할게 한 개만 더 얻어다가 나도 맛을 보아가며 먹게 좀 해줘. 응?”
오공 : “이 녀석아! 욕심도 한정이 있어야지. 이처럼 진귀한 음식은 배불리 먹는 게 아니야. 만년에 서른 개 밖에 열리지 않는 것을 우리가 하나씩 먹은 것만 해도 이만저만한 복이 아니야. 그만하면 됐어. 더는 안 돼!”
오공은 몸을 일으켜 금막대기를 창문 틈으로 선동의 방에 던져 넣고는 계속 툴툴거리는 팔계의 푸념에 응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차를 가져다 삼장에게 대접하려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두 선동이 팔계의 푸념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선동1 : “너 들었니? 방금 주둥이가 뾰죽한 중녀석이 인삼과를 한 개만 더 얻어먹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소릴 말이야? 스승님이 떠나시면서 당승의 제자들에 대해선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혹시 저놈들이 인삼과를 훔쳐 먹은 것은 아닐까?”
선동2 : “형! 큰일 났어. 아무래도 저 중들이 인삼과를 훔친 것 같아. 그렇지 않고는 이 금막대기가 여기 떨어져 있을 리가 없잖아.”
선동1 : “그래? 빨리 인삼원으로 가보자.”
선동2 : “형! 화원의 문이 모두 열려 있어. 인삼과부터 세어봐야겠어. 형은 셈에 밝아?”
선동1 : “너부터 말해보렴.”
선동2 : “인삼과는 원래 서른 개에서 처음 열매 맺었을 때 스승님이 두 개 따와서 우리같이 나눠 먹었고, 아까 두 개 따서 당승에게 가져갔으니까 스물여섯 개야. 스물여섯 개가 맞잖아? 근데 아무리 세어 봐도 스물두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아?”
선동1 : “네 말이 맞다. 우리 이러고 있을 게 아니다. 당장 당승에게 가보자.”
선동1 : “당신은 어떻게 돼 먹은 사람이 그렇게 양심이 없소. 우리가 정중히 대접할 때는 점잖을 빼며 안 먹겠다고 하더니 혼자서 도대체 몇 개를 먹은 거예요?”
삼장 : “선동님들! 왜들 이러시오? 할 말이 있으면 천천히 하실게지 이렇게 떠들어대실 건 없지 않소?”
선동2 : “당신은 귀가 먹었소. 남의 인삼과를 훔쳐 먹고 나더러 떠들어 댄다구요?”
삼장 : “아니 인삼과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생긴 물건이오?”
선동1 : “왜 또 능청을 떠는 거요? 아까 당신이 갓난애 같다고 하던 그 과일 말이오.”
삼장 : “나무아미타불! 그거라면 난 보기만 해도 기겁할 지경인데 내가 뭣 때문에 그걸 훔쳐 먹겠소?”
선동1 : “당신은 안 먹었다 하더라도 당신 제자들이 훔쳐 먹었단 말이오.”
삼장 : “뭐요? 참말 그럴 수가 있겠군. 그럼 여러 말 할 것 없이 내가 제자들에게 물어보겠소. 만약 정말 훔쳐 먹었다면 배상이라도 해 드리지요.”
선동1 : “배상을 하겠다구요. 그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인 줄 아시오?”
삼장 : “설사 돈으로 살 수 없다 하더라도 ‘인의를 중히 여기라’는 말과 같이 그들더러 사죄라도 하게 하면 될 게 아니요? 어쨌든 정말 그들이 훔쳐 먹었는지나 알아봅시다. 제자들아! 다들 이리 오너라.”
오정 : “아뿔싸! 형님들. 스승님이 우릴 부르시구 선동들은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그 일이 드러난 게 분명해.”
오공 : “이거 정말 창피하게 됐는걸! 하찮은 음식 따위라고는 하겠지만 만일 자백 했다간 큰 망신이니. 아예 시치미를 떼는 수밖에 없겠어! 알겠지?”
팔계 : “암, 우린 그 수밖에 없는 거야. 오정이 너 명심하셩.”
그들 세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능청스러운 얼굴로 부엌방에서 나와 전각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들의 죄과는 밝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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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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