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삼장은 이단사설에 천성이 흐려지고
천궁의 원신들 손오공을 도와주다-59화
[SOH] 지난 시간 혼자 순찰을 나섰던 팔계를 잡은 은각은 동굴 속으로 끌고 들어가 금각에게 보고했습니다.
은각 : “형님. 한 마리 잡아왔소!”
금각 : “그래? 어디 좀 보세나. 아이구, 동생 잘못 잡아왔네. 이 중놈은 쓸모가 없는 거야.”
팔계 : “대왕님. 쓸모가 없는 중이면 어서 놓아주시오. 부질없이 죄받을 일은 하지 마시구려.”
은각 : “형님. 이놈을 놓아줘선 안 되오. 크게 쓸모는 없더라도 당승과 한 무리니 잠시, 뒤에 있는 맑은 못에다 담가두었다가 털을 벗기고 소금에 절여 흐린 날 술안주라도 해먹자고요.”
은각의 말에 팔계는 가슴이 뜨끔해지고 졸개들은 팔계에게 달려들어 못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한편 산기슭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삼장은 귓불이 따갑고 눈꺼풀이 푸들거려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습니다.
삼장 : “오공아, 이번엔 팔계가 왜 이리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게냐?”
오공 : “스승님. 아직도 팔계의 성미를 모르십니까?”
삼장 : “팔계의 성미라니?”
오공 : “이 산속에 만일 요괴가 있다면 팔계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반드시 허풍을 쳐가며 되돌아와 저에게 알렸을 겁니다. 모르면 몰라도 요괴가 없어 길이 순조로우니까 그냥 가버린 것 같습니다.”
삼장 : “아니 네 말대로 그냥 가 버렸다면 이 넓은 산 어느 곳에서 우리가 만난단 말이더냐?”
오공 : “그런 걱정 마시고 말에 타십시오. 그 녀석은 워낙 느려터진 성미라 걸음이 퍽 더딜 겁니다. 저희가 이제 말을 좀 다그쳐 가면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삼장일행은 서둘러 산속으로 길을 재촉하며 나섰습니다.
같은 시각 동굴에서는 금각이 은각을 불러 삼장일행도 곧 이곳을 지날 것이니 절대로 놓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은각은 졸개들을 데리고 다시 순찰을 나서는데, 한참을 걸어가니 눈앞에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고 신비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은각 : “저기 당나라 중이 오는구나.”
졸개 : “어디에 그 중이 있습니까? 보이지도 않는뎁쇼.”
은각 : “흔히 착한 사람의 머리 위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뜨고 악한 사람의 머리 위에는 검은 기운이 서리는 법이지. 저 당승은 원래 금선장로의 화신으로 10대에 걸쳐 수행을 쌓은 훌륭한 인물이기에 저렇게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고 있는 거다. 저기 저게 안 뵈느냐?”
은각이 손으로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삼장은 말 위에서 진저리를 쳤습니다.
삼장 : “제자들아. 난 어째서 이렇게 자꾸 진저리가 쳐지는지 모르겠구나.”
오정 : “체증에 걸리신 게 아닐까요?”
오공 : “무슨 허튼소리. 스승님께서 이리 깊은 산속을 걷다보니 너무 소심하신 성격 탓으로 뭔가에 놀라신 게지. 하지만 염려 마십시요. 이 오공이가 철봉으로 길을 열어 곧 스승님의 마음을 진정시켜 드립지요.”
오공은 즉시 철봉을 비껴들고 말 앞에서 자세를 갖춘 후, 위로 세 번 아래로 네 번 왼쪽으로 다섯 번 오른쪽으로 여섯 번 찔러 신통력을 부리니 삼장의 눈에 그것은 참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오공이 이렇게 길을 헤치며 나아가는 모습에 은각은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은각 : “몇 해 전부터 손행자란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오늘 직접 눈으로 보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졸개들 : “대왕님. 지금 누구를 그리 칭찬하시는 겝니까? 저희가 얼른 가서 금각 대왕님께 지원병을 요청하고 오면 저런 원숭이 따위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저 당승을 잡아먹는 걸 포기하고 그대로 보내주시면 좋지 않겠어요?”
은각 : “지금 우리의 병력으론 저놈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또 경솔하게 보낼 수도 없는 일, 저 당승은 꼭 잡아먹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 잠시 생각 좀 해보자. 섣불리 손을 댔다간 도리어 빛조차 보기 어렵게 될 수도 있으니 먼저 당승의 마음을 움직여 그의 환심을 산 뒤에 다시 꾀를 쓰면 잡아낼 수 있을 것도 같구나.”
졸개들을 모두 본체로 보낸 은각은 산 아래 길섶으로 뛰어내려 늙은 도사로 둔갑을 하였습니다. 곧바로 큰 길로 나아가 발목을 다친 도사가 되어 발등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신음 소릴 냈습니다.
은각 : “아이고, 사람 좀 살려 주시오, 아무도 없소?”
삼장 : “아니 인가라곤 전혀 볼 수 없는 이런 산속에서 웬 사람이 소리치고 있는 게지? 아마 누가 범이나 독사에게 놀란 모양이로구나. 거기 봉변을 당한 분은 뉘시오? 어서 이리로 나와 보시구려.”
삼장의 목소리를 들은 은각은 풀덤불 속에서 기어 나와 삼장의 말 앞에 이르자 무턱대고 땅에다 머리를 조아렸고, 삼장은 나이 많은 도사임을 확인하고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급히 말에서 내려 도사를 안아 일으켰습니다.
은각 :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파라!”
도사가 죽는 소리를 하자 삼장이 살펴보니 도사의 발에서 선지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삼장 : “아니 도사님 어디서 오시는데 발은 또 어쩌다 그리되셨습니까?”
은각 : “이 산 서쪽에 아주 깨끗하고 조용한 도관이 있는데 저는 그 도관에 사는 도사랍니다. 실은 그저께 이 산 남쪽에 있는 시주님 댁에서 도사들을 청해 별님에게 재를 올리고 음식까지 나눴는데, 날이 저물어 제자와 함께 밤길을 걷다 갑자기 사나운 범이 나타나 제자를 물어가 버리고 저는 혼이 빠져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 넘어져 그만 발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를 불쌍히 여겨 저의 도관으로 데려다만 주신다면 그 은혜 꼭 보답하겠나이다.”
삼장 : “도사님, 우린 의관은 달라도 수행하는 이치는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제 말에 태워 그 곳까지 모셔다 드려야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은각 : “성의는 고맙습니다만 발목뿐 아니라 넓적다리까지 다쳐서 말을 탈 수는 없겠는데요. 누가 혹 업어주신다면 모를까.”
삼장 : “오정아. 네 짐을 말 잔등에 옮겨 싣고 도사님을 업어야겠다.”
은각 : “스님, 전 범한테 혼난 때문인지 이 얼굴 검은 스님을 보니 무서워 업히기가 왠지 싫습니다.”
삼장 : “오공아, 그럼 네가 업어다 드리도록 해라.”
오공 : “네 네, 제가 업어다 드리지요.”
은각은 그가 오공인 것을 알아보곤 더는 군소리 없이, 업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오정 : “원, 사람 볼 줄도 모르는 도사로군! 내게 업혀도 될 것을 구태여 딴 사람에게 업힐 건 뭐요. 저 사람은 이제 스승님이 안 뵈는 곳에 가서 당신을 아예 칼날 같은 바윗돌에다 메어붙이고 말거요.”
오공 : ‘이 더러운 요괴 놈아! 난 네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봤단 말이다. 그따위 거짓말로는 당승은 속일 수 있어도 이 오공은 못 속인다구. 네놈이 우리 스승님을 잡아먹을 생각이지만 우리 스승님은 그런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란 말이다. 네가 먹어 볼 생각이면 내게 절반 이상은 넘겨줘야 할 걸,’
은각은 오공의 입속말을 알아듣고 짐짓 이렇게 대꾸하였습니다.
은각 : “스님, 전 양갓집 자손으로 태어나 도사가 된 사람으로 오늘 불행하게 이런 변을 당해서 그렇지 결코 요괴가 아닙니다.”
오공 : “범이 그리 겁나면 어째서 북두경을 외우지 않는 것이요?”
삼장 : “오공아, 사람 한 목숨을 구해 주는 건 7층 불탑을 짓는 것보다 더 낫다고 했다. 이왕 업어 드릴 바에 곱게 업어드릴 노릇이지 어째서 되지 못하게 북두경이요 남두경이요 하는 게냐!”
오공 : ‘너 오늘 아주 운수가 좋은 줄 알거라. 스승님은 세상물정 너무 모르신다니까. 이리 먼 길에는 빈 몸으로도 힘들어 짜증이 날 지경인데 이따위 요괴를 업고 가게 하다니, 내가 왜 이 녀석을 계속 업고 가야하는거지?’
산길이 몹시 험한 곳에 이르러 오공은 일부러 걸음을 늦춰 삼장과 오정을 앞서가게 했습니다.
이런 오공의 속마음을 눈치 챈 은각은 사실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우는 술법을 알고 있는 요괴였습니다. 하여 오공의 등에 업힌 채 주문을 외워 수미산을 들어다 오공을 눌러 버리려 했습니다. 오공은 황급히 머리를 옆으로 피하는 순간 수미산은 오공의 왼쪽 어깨를 내리 눌렀습니다. 이번에는 아미산을 들어다 눌러 버리려 하였으나 오공은 오른쪽 어깨로 받아 메었습니다. 오공이 큰 산 두 개를 어깨에 떠멘 채 쏜살같이 삼장을 뒤쫓아 가는 것을 보고 은각은 깜짝 놀라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습니다. 은각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주문을 외워 이번에는 태산을 들어다 오공의 머리를 내리눌렀습니다. 이쯤 되자 오공으로서도 더는 몸을 지탱할 수가 없어 마침내 눈, 귀, 코와 입에서 피를 쏟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신통력을 부려 오공을 산 밑에 깔아버린 은각은 급히 바람을 타고 삼장을 뒤쫓아 가서는 구름사이로 손을 뻗쳐 말위의 삼장을 채어가려 했습니다. 오정이 그걸 보고 황급히 봇짐을 내던지고 항요장으로 가로막아 나섰습니다. 은각은 칠성검을 비껴들고 오정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요괴는 엄청난 신통력을 드러내며 당삼장을 사로잡는데 심혈을 쏟고 있었고 오정은 오직 스승을 보호하는 일에만 힘쓰느라 죽고 사는 일 따위는 이미 초월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싸우면서 토해내는 구름과 안개가 하늘에 가득 차 흩날리는 흙먼지 바람에 북두칠성이 가려져 버릴 지경이고 붉은 해마저 빛을 잃고 희미해질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맞부딪치기를 8, 9회, 오정은 요괴의 엄청난 힘에 밀려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습니다. 오정이 막아낼 재간이 없어 도망치려는 순간 은각은 오정의 보장을 누르며 손바닥을 펴서는 오정을 붙잡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오른손을 뻗쳐 말 위의 삼장을 거머잡았습니다.
은각 : “형님! 중놈들을 모조리 잡아왔소!”
금각 : “그래? 어서 끌어들여라. 아~니, 동생 또 잘못 잡아왔네 그려.”
은각 : “아니 형님, 당나라 중을 잡아오라고 하지 않았소?”
금각 : “당나라 중은 틀림없지만 신통력이 대단한 그 손가놈은 못 잡지 않았나? 그 놈은 신통력이 대단하고 둔갑술이 무서운 놈이야. 만일 우리가 그 스승을 잡아먹는다면 그놈이 가만있을성 싶은가? 아마도 우릴 찾아와 행패를 부릴 테고 우리는 무사하지 못할 거란 말일세.”
은각 : “하하하 형님도 참 뭘 그리 손행자가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거요? 내 보기엔 별 거 없던 데 말이오.”
금각 : “아니 동생 그럼 자네가 그놈까지 잡았단 말이야?”
은각 : “그 놈은 내가 이미 큰 산 세 개를 옮겨다 눌러 놓았기에 꼼짝도 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러니 내 저렇게 당승과 그 일행들을 다 끌고 온 거 아니오?”
금각 : “정말로 잘되었군. 얘들아 어서 술상을 내다 둘째대왕님께 승리의 술잔을 올려드려라.”
은각 : “형님. 술은 잠시 그만두고 먼저 저팔계를 물에서 건져 달아매 놓게 합시다.”
금각 : “동생 솜씨가 정말 이만저만 아니로구먼. 그런데 손행자도 어떻게 방법을 써서 잡아다 같이 쪄먹으면 좋을 텐데.”
은각 : “형님, 걱정 마쇼. 부하 두 놈에게 보물을 한 개씩 가져가게 해서 그 속에 넣어 오라면 그만이니까요.”
금각 : “그래 무슨 보물을 가져가게 할 셈인가?”
은각 : “형님의 ‘양지 옥정병’과 저의 ‘자금홍 호로병’을 가져가게 하겠소.”
은각은 두 졸개를 불러 보물을 주고는 산꼭대기로 올라가 거꾸로 쥐고 손행자를 부른 뒤, 그가 대답만 하면 이내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니 태상노군 급급여율령법칙의 첩지를 병마개에다 붙이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행자는 한 시간 3각 만에 녹아서 고름이 될 거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두 졸개는 보물을 받아 들고는 그 길로 오공을 잡아넣으러 떠나갔습니다.
과연 삼장과 오정은 은각에게서 헤어날 수 있을까요?
오공은 또 어떻게 될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2024년 5월 10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