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아가는 서울국제락스퍼영화제가 위기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프리진 뉴스’에 따르면 소설가이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인 김규나 작가는 이날 자신의 SNS에 "락스퍼영화제의 위기는 바로 대한민국의 위기!"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작가는 "'대한중공' 치하,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열릴 수 있을까요?"라며,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허은도(Edwood Hur) 감독이 피눈물을 삼키며 글을 남겼습니다. 아래 글을 꼭 읽어주시고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허 감독은 먼저 "영화제 개막까지 단 열흘. 저는 지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대한(對韓) 중국’의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며 "한 달도 남지 않은 국제영화제의 지원을 서울시는 어이없는 졸속 심사로 탈락시킨 건 서곡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은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국유장기>였다"고 말했다.
허 감독에 따르면 <국유장기>는 캐나다 제작진이 만든 작품으로, 중국 당국이 사전 동의 없이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해 이식 수술에 사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대만에서만 약 700회 상영됐다. 첫 상영 직후부터 중국 본토의 IP주소에서 끊임없이 협박 이메일이 날아들었고, 다수 대만 언론이 이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대만 국민과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이 영화를 관람하며 공론장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만의 상영은 계속되고 있다고 허 감독은 전했다.
허 감독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자 현실적인 압박이 다가왔다고 폭로했다.
허 감독은 "개막 첫날, 정부 모 부처의 한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영화제 공식 자료와 홈페이지에서 해당 부처의 후원 사실을 일부 감춰 달라는 요청이었다. 다음 날엔 아예 후원 사실 전체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와 무관한 서울시의 모 부서에서도 연락이 왔고, 지난해까지 저희 영화제를 후원해주던 항공사, 호텔들은 일제히 "올해는 어렵다"며 발을 뺐다. 오늘은 극장 측에서 "제발 <국유장기>만은 빼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중공을 위해 강제 검열에 앞장서는 정부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기업들.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 2025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이쯤 되니, 여기가 정말 대한민국이 맞는지 묻게 된다"며 "저는 지금 ‘대한민국’이 아닌 ‘중공(中共) 치하 남한성’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만약 좌파 진영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영화인은 물론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 감독은 "지금 우리는 문화전쟁 중"이라며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제 폐막일은 이번 조기 대선일이다. 우리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허 감독은 "중국 당국이 꺼리는 영화를 상영해도 정부 부처가 당당히 공익 행사에 후원하고, 극장 관계자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 항공사와 호텔등 기업들이 해외 인권 활동가와 영화인을 당당히 맞이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이번 락스퍼영화제는 중공의 탄압에 저항하다 북미로 이주하여 해외에서 투쟁하고 있는 네 명의 게스트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어디서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많은 행사들을 축소내지 취소해야겠지만, 이 일만큼은 빚을 내서라도 초청할 것"이라며 "그들의 증언을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행동합시다"라고 호소했다.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 KBS홀에서 개막, 6월 3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