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리굴로(Pierre Rigoulot) 사회사 연구소장 대담
대담
: 산케이신문 파리지국장 야마구치 쇼코(山口昌子)
중국이 겁내는 일본 핵무장
선언의 악몽
야마구치 : 리굴로 씨는 일본에서도 번역되고 있는 공산주의의 기만 등을
폭로한 ‘공산주의 흑서(黑書)’의 공동 집필자이고 특히 중국이나 북한 등 아시아
공산주의의 연구자이지만 최근 중국에서의 반일 시위를 어떻게 보는지
리굴로 : 프랑스의 보도에서는 그다지 문제되고 있지 않지만 특히 내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하고 있는 것에
줄곧 눈을 감아 왔다. 가령 북한은 중국의 경제원조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데 중국은
그 경제원조를 중단한 적이 없다. ‘북한에 대해서는 보고도 못본 척할 뿐 아무런
비판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것이 중국의 태도이다. 이런 논리로 간다면
북한이 핵폭탄을 제조하려 해도 이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한편 아시아의 다른 지역-일본이나 한국, 대만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핵무장을 하는 것을 중국은 저지하고 싶어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적 기술적으로 핵무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해 ‘일본은 군국주의다’
‘일본의 확장주의다’ ‘일본은 과거를 반성 안한다’ 고 부단히 규탄하고 견제한다.
말하자면 중국은 국제사회에 대해 두 가지 면을 고려하는 것 같다. 그 하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면이다. 둘째는 ‘그러나 우리는
일본이나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것과 같은 위기의 대가는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면이다. 중국으로서는 체면을 걸고라도 이 양면을 견지하고 싶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국제적으로 봐서 중국은 지금 두 가지의 대안 중 어느 쪽이든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이 되어가고 있다. ‘북한에 원조를 계속한다’ 요컨대 북한이 하는 일에
계속 눈을 감는 것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일본의 핵무장을 바라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해 핵폭탄 제조를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의 양자 택일이다. 즉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만약 핵폭탄을 제조한다면 ‘석유관이나 수도관의 파이프를 닫아버린다’고
위협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모든 생존수단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그리 힘드는 일이
아니다. 중국이라면 미국보다 훨씬 간단히 해치울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라면
북한에 대해 군사 수단 밖에 없지만 중국은 경제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이어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세계의 다수로부터 비난받고 규탄받는
결과가 되지만 중국은 그럴 염려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비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선 일본을 두들긴다는 것이다.
야마구치 : 반일시위는 중국정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금
세계적으로 일치하고 있는데 반일시위에는 지금 말씀한 바와 같은 배경이 감춰져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리굴로 : 그렇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이 일본에 대해 ‘군국주의의
부활을 경고한다’고 하는 것은 ‘북한은 위험하니까 무장하라’고 충고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야마구치 : 반일시위 배경에는 중국의 내정문제에 대한 불만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 이행에 따라 급속한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러나 이미 발표된 OECD 각료회의나 IMD(국제개발연구소) 등의
평가에서도 생산성과 관리부문에 좋지 않은 평가가 나와 있고 성장력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리굴로 : 물론 일본 때리기의 배경에는 중국의 내정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점은 프랑스의 미디어를 비롯해 미.영의 미디어도 한결같이 지적했지만
국내에서 항상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려면 ‘외적’이라는 알맞은 조공(朝貢)이 필요한데
중국으로서는 일본이 전형적인 외적인 셈이다.
더 나아가 ‘경제적 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일본을 때릴 이유가 있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일본, 중국, 러시아 3자 관계이다. 일본과 중국은 무역면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지만 특히 양국 간에 경쟁이 심한 것이 석유 등 자원의 공급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은 앞으로 국제정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일본이 ‘공급획득경쟁’의 제1전(戰)에 이기고 있다. 이 승리는 특히 시베리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가까이 나홋카까지 오는 파이프라인 때문이다.
중국은 이 석유가 탐나지만 일본은 푸틴에게 이 석유값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니까 푸틴은 최근 이 파이프라인의 사용 연기를 일본에 인가한 것이다.
야마구치 :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어찌 되어 있는지.
리굴로 : 러시아는 중국에 의해 포위되고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선 인구문제가 있다. 인구 13억의 중국에 대해 중국에 근접하는 시베리아 지역은
거의 무인(無人)상태이다. 게다가 중국은 근자에 와서 카자흐스탄이나 키르키즈스탄
등 구 소련 땅인 아시아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푸틴은 이 나라들에
대해 구 소련 시절 처럼 러시아가 나름대로의 지역적 역할을 맡아 할 것을 바라고
있고 또 북동아시아 쪽에도 영향력을 발휘해 러시아 외교의 입장을 빛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만큼 러시아는 북한에 관한 베이징에서의 6자회담에는 매우 열심이고
그 회담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가장 불안해하는 것도 러시아이다. 우선 앞에서 말한 인구문제가
있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2030년부터이지만 이 인구증가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러시아이다. 러시아 인구는 조금씩이지만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경제상황은 중국과 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의 러시아인은 장래에
희망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독재라는 야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야마구치 : 어떻든 간에 왜 이 시기에 격렬한 반일시위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가
리굴로 : 온 세계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층의 출구 없는 분노를 중국지도부가 부딪치기 보다는 일본에 그
공격의 화살을 향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정을 살펴보면 일본에
가까운 동북부 지역 예컨대 몽골이나 구 만주의 공업문제가 있다. 구 만주에는 일본이
한때 설립한 공장.공업지대가 있는데 그것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 이 부흥 사업에는
약 100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제성장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남북문제’
즉 빈부의 극단적인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마오쩌둥이 말한바 ‘예비군’ 즉 말하자면
1억 아니 1억5천만의 사람들이 단지 먹을 것만을 위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저임금으로도
일할 용의가 있는 상태이고 중국의 신자본주의자가 그들을 착취하고 있다. 소위 통(通)이라고
칭하는 사람 중에는 “이런 일은 오래 못갈 것이다. 한쪽에 공산당이 존재하고 또
한쪽으로 자본주의적 발전이 있다는 것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은 전혀
틀린 견해라고 생각한다.
공산당 자체가 경제발전을 지도하고 자본주의 세계와 달리 공산당과 대치하는
조합은 없고 노동자나 샐러리맨을 보호하는 조직도 없다. 중국에는 즉 공산당 독재라는
지극히 ‘야만’스러운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의 자본주의는 기업주가 벌게
되면 노동자도 비록 적지만 이익 일부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당국이나
권력에 맞서는 대치기관이 없기 때문에 이익을 차지하는 것은 당과 일부의 당관료뿐이다.
야마구치 : 앞서 파리에서 개최됐던 IEA(국제에너지기구)와 OECD 각료회의에서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의한 석유 수요 확대에 따르는 석유가격 상승 문제가 의제가
됐었는데
리굴로 : 중국에서는 확실히 저임금으로 억제되고 통화의 ‘위안(元)’은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다른 나라의 몇몇 산업이 파괴되고 있다.
그 위에 중국은 산업 발전을 위해 원자재를 대량으로 필요로 해 석유나 철광석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존재는 세계적으로 골치가 아픈 문제다.
야마구치 :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은 중국의 섬유제품의 급격한 수입 확대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 가드) 발동을 노리고 있다.
리굴로 : 일본이나 EU, 미국도 희생자인데 이들 나라는 아마도 중국의
공세에 대해 높은 기술력에 의해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나
모로코 튀니지 또는 EU 중에서도 포르투갈 등은 이 가혹한 중국의 공격 상태에서
탈출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해 보라. 가령 멕시코 같은 데서는 미국인을
위해 진 제품을 제조해 왔다. 가격이 미국의 반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멕시코의 진 공장은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멕시코 제품보다 더 싼 진 제품을 중국이
대량 수출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10킬로미터 떨어진 이웃 나라 것보다 중국으로부터
바다 건너오는 제품을 환영하고 있으며 더욱 웃을 수 없는 꼴불견은 실업자가 된
멕시코 노동자가 중국에 대해서가 아니라 공장주인 미국인을 비난하며 ‘미국인은
물러가라!’고 외쳐대고 있는 점이다.
야마구치 : 중국은 최근 대만이 독립의사를 내세울 때는 무력을 행사한다는
뜻의 ‘반국가 분열법’을 제정했는데 그 의도는 무엇인가. 중국에 조기 무기 금수
해제를 주장하는 프랑스 정부는 ‘중국은 전부터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놀랄 것 없다’고 되풀이 말하고 있는데...
리굴로 : 누구도 지금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왜 법률을 제정했는가. 물론 문자 그대로 대만독립의 싹을 완전히 잘라낸다는
의도는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다가는 독립파가 도리어 강경해져 긴장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눈에 보일 듯하다. 바로 미국.일본이 ‘대만은 우리의 안전보장 상 중요한 문제다’고
공동 선언으로 발표했지만 중국에서 본다면 이 법률은 동시에 대만의 배후에 있는
일본과 미국도 표적을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당구경기와 마찬가지이다. 대만을
먼저 두들기지만 진짜 표적은 그 뒤에 있는 미국과 일본인 것이다. 이 당구경기 방식은
중국의 장기(長技)이다.
야마구치 : 문화대혁명 때도 그랬다. 진짜로 때려 눕힐 지도자를 표적으로
내세울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개월 후 겨우 진짜 표적이 류사오치(劉少奇)라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반일시위도 실은 ‘일본의 과거’만이 표적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또 ‘일본의 과거’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것도 진짜 노리는 것은 ‘일본의
장래’를 공격하는 것도 되는 것이다. 일본의 장래가 핵무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중국에는 있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아사국이 되려는 것에 대한 불안도
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나 핵 등의 선진 기술의 부문에서도 중국보다 훨씬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크게 정치적으로 활약해 온 바는
없었다. 중국은 아시아 유일의 상임이사국인데 그 입장이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 침해당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야마구치 : 중국의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리굴로 : 역사는 언제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친구들과
곧잘 ‘카스트로가 죽으면 쿠바는 어찌 될까’를 이야기할 때가 있다. 친구들이 ‘첫째는
이렇고 둘째는 이렇고’ 등등을 얘기하며 셋째, 넷째의 상정(想定) 사항을 지적해
올 때 나는 언제나 “다섯째를 잊지 말아요 그것은 당신들이 생각하지 않는 일이다.
역사는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일어난다”고 대답한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로서는 시민사회의 대표도 없고 조합(노동)도 없고
비정부조직(NGO)도 없고 국가로부터 독립된 단체도 없고 종교도 시민의 자유도 없는
나라가 어떻게 해서 ‘민국국가’로 이행하는가 상상이 되는가. 어느날 갑자기 이행하는
일도 있는 일이겠지만...
야마구치 : 어떻든 중국의 일본 공격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인의 감정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노회한 중국에 대항해 나가겠는지....교과서
문제 등도 중국의 공격이 너무 일방적이다. 반격 방법은 없는지.
리굴로 : 실제 중국 지도자는 앞으로의 경제성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선진화된 일본이 ‘자기들의 견본(見本)’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복수정당을 바라지 않고 노조도 민주주의도 바라지 않는다. 중국이
일본을 공격하는 것은 다수의 중국 국민으로서는 보다 쾌적한 민주주의라는 모델을
공격하는 것과 같으므로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이
바야흐로 일본이나 프랑스에 관광객이나 유학생으로 찾아 와서 민주주의가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를 찾아 온 중국인들만해도 최근 몇 년 사이 30만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돈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최저한도의 생활보호제도나 정년제도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노동자는 정년도 없고 죽을 때 까지 일한다. 노조는 있으나 대립 없이 언제나
정부와 의견이 일치하니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일본의 교과서를 공격한다면 중국에도 공격받아 마땅할 것이 산적해 있다.
중국 교과서도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고 물론 천안문 사건 같은 것도
아직 금구(禁句)이다. 유럽에서도 공산주의의 종언과 함께 인종 차별이나 편협적인
애국주의가 대두하는 경향이 보이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에서
과거에 대한 사죄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중국은 일본의 과거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공격할 정당한 근거를 상실한 셈이다.
지금까지 일본이 잘 사죄하지 않는데 대해 비판적이었던 나라나 개인도 이 점을
되풀이해 말한다는 것은 이상한 노릇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이제부터 좀 더 사양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인권문제 등 얼마든지 말해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피에르 리굴로
1944년 파리 출생. 파리대에서 철학 전공. 사르트르와
공동 주재하는 ‘르 탕 모델느’ 편집위원회 위원
80년대의 ‘연대(連帶), 폴란드
문제 등으로 이 위원회에서 탈퇴. 공산주의, 사회주의, 노조를 연구하는 ’사회사
연구소‘에 참가 현재에 이름.
1997년 출판된 ‘공산주의 흑서’에서 북한에 관한
장(章)을 담당.
‘북한의 진실’(角川서점 간행) 저서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다룬 최초의 프랑스 언론인.
출처: 일본 文藝春秋 刊行 <諸君!> 7月號 / 미래한국신문 번역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http://www.soundofhop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