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와 정협 '량후이(兩會)' 취재를 위해 지난주 말 출입증을 찾으러 시청(西城)구 시즈먼(西直門)호텔에 들렀다. 양회 참석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전인대대표와 정협위원들이 묵는 숙소 중 한 곳이다.
일을 보고 정문을 나오려는데 쉬핑(徐萍)과 장(張)모라는 남루한 차림의 두 여인이 길을 가로막고 기자냐고 물으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쫓아왔다. 들어보니 장쑤 성이 고향인데 지방검찰이 지방조폭(黑社會)과 짜고 부당하게 자신의 남편을 억류했다는 하소연이다.
얼른 취재수첩을 꺼내들고 그녀가 내민 유인물을 훑어보는데 대여섯명의 경찰이 무지막지하게 취재수첩과 유인물을 낚아채고 기자의 신분을 파악한 뒤 위압적인 말로 "아무일 없으니 가보라"고 한다. 두 여인은 곧바로 어디론가 연행돼 갔다.
전인대와 정협의원들이 10여일간 묵는 숙소 주변에는 이처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주거 불명자는 물론 일반 주민들은 량후이 기간 중 회의장인 톈안먼(天安門)광장 옆 인민대회당 주변에 얼씬거릴 엄두도 못 낸다. 사방 몇백리 요소요소에 모두 황색띠의 출입금지선이 쳐져 있다.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이른 아침 행사장인 인민대회당으로 가는 길은 군사회담장만큼이나 진입통제가 철통같았다.
기자들을 톈안먼광장 구석 한켠에 내려놓고 군견과 첨단 레이저장비를 동원, 기자들의 몸수색과 행사장 비표를 샅샅이 검사했다. 행사장 3층 대회의실에 도착하는 데까지 무려 16차례나 출입보안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국 지도부가 그만큼 사회체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량후이 분위기는 이렇듯 삼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각 성ㆍ부문 대표 중 특히 소수민족의 화려한 전통복색이 눈길을 끈다. 대회장 진입 시 엄중한 검사와는 달리 내부 취재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검퓨터와 간이 프레스룸을 마련해 놓고, 로비에서는 잠깐 회의장 밖을 나온 대표들과 취재도 가능했다. 대만과 일부 반중국 성향의 홍콩기자들의 취재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오전 9시가 되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 총리를 선두로 정치국(상무)위원 22명이 모두 들어와 두 번째줄에 착석했다. 맨 앞줄의 전인대 주석단 14명과 함께 모두 162명의 지도부 자리가 정비되고 2900여명의 대표들이 입장을 완료하자 회의 개막이 선포됐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후 주석을 비롯한 주석단 간부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회의장 안팎에서는 전인대 대표들을 둘러싸고 2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전인대 사무처 직원들은 회의장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들에게 각종 정부선전 홍보책자와 자료를 나눠주느라 혈안이다.
이 가운데 대만과 홍콩 기자들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둘째아들 마오안칭(毛岸靑)의 부인이자 정협위원인 사오화 장군에게 몰려가 천수이볜(陳水扁)의 통일강령 폐지에 대한 견해를 질문하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사오화는 "중국은 하나라며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중화민족에 이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취재경쟁은 인민대회당 입구 계단에서부터 대표들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톈안먼광장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산시(山西)성의 천펑페이(陳鵬飛) 대표는 "정부의 대만정책은 언제나 정확하다"고 옹호했고 지린(吉林) 성의 진화(金華) 대표는 "내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신장(新疆)과 후베이(湖北) 대표들은 변경ㆍ빈곤 지역에 대한 경제ㆍ사회발전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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