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보(李波ㆍ재미 중국인 작가)
[SOH] 미국에서는 시차 때문인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생방송을 하지 않고 8일 저녁 6시에 녹화방송을 시작했다. 나 역시 당국이 장기간 홍보하고 비밀스럽게 감춰온 올림픽 개막식을 미국인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띄엄띄엄 관람했다.
하지만 미국 친구들은 올림픽 개막식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어 대면서 어쩌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심지어 미국 대표단이 입장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며 부시 대통령이 화면에 나타나자 수군거리면서 “멍청이(Idiot)!”, “당나귀(donkey)!”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같이 있던 중국인들은 옆에서 ‘미국인들은 왜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짐작했던 대로 엄청난 장면이 벌어졌다. 요란한 북소리에 붉은 깃발을 휘두르는 만여 명의 일치된 동작에 관중들의 환성이 터졌다. 세계의 중심에서 천고의 태평성세를 자랑하는 패권주의 미학이 극치에 달한 올림픽 개막식은 문화대혁명 시기 천안문 광장의 붉은 깃발의 바다나 10만 명이 동원된 북한의 ‘아리랑’을 연상시켰다. 형식만 내세운 허장성세, 텅빈 내용의 공연에서 배우들은 단지 작디작은 모래알, 하나의 부호, 하나의 나사못, 하나의 로봇에 불과했다. 또 올림픽 종목이 아닌 무술 퍼포먼스를 제외하고는 스포츠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당국의 애완견 장예모(張藝謀 장이머우)는 진시황 병마용까지 끄집어내 독재심리를 또 한번 부추겼다. 어떤 사람은 장예모를 히틀러의 어용 다큐멘타리 감독인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과 동일한 인물로 취급한다. 중국의 길고 긴 독재 문화에서 노복 문인들이 섭취할수 있는 영감(靈感)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요리의 신’으로 불리는 중국 고대의 이야(易牙)라는 간신은 주군 제환공(齊桓公)의 입맛을 돋구기 위해 3살되는 친 자식을 죽여 절세의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장예모는 대충 알고 있는 지식으로 중국의 전통 문화를 표현했다. 과연 전통문화가 단지 4대 발명품(유감스러운 것은 미국인들은 인쇄술을 거창하게 표현한 장면을 중국인들이 즐기는 마작으로 오해했다는 점이다)과 무술, 그리고 중국화뿐인가?
중국 공산당의 근현대사는 왜 빠졌을까? 굴욕적인 역사를 전세계 앞에서 드러내면 망신을 당할까봐? 아니면 중국 근현대 과학기술과 사상사에 공백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중국인이 중국인을 살해한 역사가 너무나 리얼해서? 아니면 고난과 신음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세상에 알릴 수 없어서?
실로 인테리어가 직업인지라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럴듯하게 꾸며냈다. 하물며 돈을 태워도 될 만큼 많고 마음대로 부릴 사람도 충족하니 더 어떻겠는가?
이것은 단지 유래 없는 극도의 흥분과 거짓의 환각, 그리고 금전과 과학기술로 포장된 시각적인 향연이자 정신적인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다. 다행히 스필버그가 합작을 거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금세기의 이 유명한 영화감독이 장예모와 함께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장예모는 최대의 어용 예술가로 타락했다. 누가 그를 핍박했을까? 산베이(陝北)에서 온 한 농민이 영화 몇 편으로 일약 명성을 날리더니 점차 중공의 어용 문인으로 타락하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도 중공이 만든 기형 사회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기적이라 하겠다. 애석하게도 꽃다운 중국 여성들 역시 재주가 다 말라비틀어지고 외모로부터 내심에 이르기까지 몽땅 부패한 이 남자의 손아귀에 떨어져 놀잇감이 되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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