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하수도는 도시의 양심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한 이 말이 호우를 겪은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부터 베이징에 계속 내린 170mm의 호우로 사망자 37명, 시내 도로 두절, 525편의 항공편결항, 100억 위안(약 1조 7천억원)의 경제손실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호우가 내릴 때마다 논란이 된 베이징의 ‘양심’은 올해 막대한 인명피해로 그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호우가 내렸을 때 시정부 관계자는 베이징시의 배수설비가 ‘1~3년에 한 번’ 내리는 시간당 36~45mm의 강수량만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그 기준을 ‘3~5년에 한 번’으로 끌어 올리도록 검토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피해가 반복되자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비가 ‘61년만의 호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37명의 사망자를 내고 강으로 돌변한 도로는 ‘61년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불만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 23일 관영 언론들은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는 ‘호우는 중국 현대화 발전의 본모습을 밝혀냈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37명의 사망은 ‘베이징의 비극’, ‘중국 현대화 발전의 오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인민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현대화로의 발전은 ‘지상 건설’뿐만 아니라 ‘지하의 백년을 이어가는 토대로 확실히 쌓아올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즈 중국어판은 베이징 지하 인프라 건설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배수 시스템의 미비는 자금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중국 지하공간에서 ‘전력과 통신, 지하철 등 GDP에 직결되는 인프라 건설이 우선’되고 있으며 하수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지하철 건설을 위해 도로를 파헤치는 동기와 결심이 정부에 있다면 왜 하수도 건설의 동기와 결심은 없는가’라고 묻고 도시건설 문제 해결의 장애는 정부의 결심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반성과 지적이 난무하는 가운데, 당사자인 베이징시 당국은 ‘제일 급선무로 사회안정 유지’를 지시했습니다.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가 발행하는 베이징일보는 22일 밤 베이징시 당국의 긴급회의에서 궈진룽(郭金龍) 서기가 ‘사회안정을 유지해 탁월한 실적으로 제18회 대표대회를 맞도록’ 여론유도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이공(理工)대 후싱도우(胡星斗) 교수는 “민생을 개선해야만, 사회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전제의 힘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말했습니다.
학자이자 시인인 장슈린(張修林)은 웨이보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재해 전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재해 후에는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사회안정 유지를 주장한다. 이는 자신의 죄를 숨겨 직위를 지키려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신화통신은 22일자 논평에서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대응과 민관이 서로 돕는 베이징의 정신’을 칭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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