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난 국제선 항공기를 타고 일년 만에 모국 중국으로 향했다. 보잉 747은 넓고 쾌적했다. 특히 스튜어디스들도 미국 항공기의 아줌마들과 달리 젊고 아름다웠다.
여름 방학이라서 그런지 기내에는 빈 좌석이 없었다. 내 옆자리에는 서른 살 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마른 얼굴에 두꺼운 근시 안경을 쓰고 꽤 학식있게 생겼다. 그러나 그는 특이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녹색 군복에 가슴엔 마오쩌둥 뱃지를 달았으며 황토색 천가방을 메고 6, 70년대 중국에서 유행하던 고무바닥에 녹색천으로 된 신을 신고 있었다. 나는 몇 년간 미국에서 살며 별별 사람들을 다 보았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스튜어디스들이 음료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넙적한 얼굴에 눈이 큰 스튜어디스는 나에게 콜라를 한 컵 따라주고 내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 남자는 잠깐 생각하더니 “뭐라도 좋으니 중국산을 줘”라고 말했다.
스튜어디스는 미안해하며 “선생님, 우리 항공기는 미국에서 출발해서 외국 음료밖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녹색옷은 불만스러운 말투로 “선생님이라 하지 말어, 동지라고 해! 난 몇 년 동안 외국 음료수만 마셔서 이젠 중국산을 마시고 싶단 말이야!”라고 소리쳤다. 스튜어디스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가서 찾아 볼께요, 잠깐 기다리세요.”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그녀가 간 후 이번에는 남자 승무원이 신문을 가지고 다가왔다. 나에게는 ‘중국항공보’를 주었고 녹색옷에게는 ‘베이징청년보’를 주었다. 그러나 녹색옷은 신문을 승무원에게 돌려주면서 “난 이런거 안 봐, 인민일보만 봐!”라고 말했다. 승무원은 “미안하지만 선생님, 우리 여기에는 인민일보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녹색옷은 듣더니 화가 난 듯 승무원을 손가락질 하며 “선생님이라 하지 말고 동지라고 하랬지! 왜 인민일보는 없는 거야? 내가 타고 있는거 중국 비행기 맞아? 당신들의 정치입장은 어디로 간거야?”라고 훈계했다.
남자 승무원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답게 여전히 온화하게 “동지, 화내지 마십시오, 인민일보는 착륙한 후 공항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녹색옷은 이 말을 듣더니 안전띠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왜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에 봐야해? 난 지금 당장 당중앙의 정책과 노선을 알고 싶단 말이야! 인민일보를 보는게 무슨 잘못이 있어?”라고 걸고 들었다.
승무원은 어이없다듯이 웃음 짓고는 다른 승객들에게 계속 신문을 나누어 주었다. 녹색옷은 화가 채 풀리지 않아 “왜 인민일보를 못 보게 하는 거야? 니들은 내가 누군지 알어? 난 해외 중국 사이트에서 가장 유명한 공산주의, 애국자, 수석 논평가인 아이화(艾華 역주: 친공산당 작가)야!”라고 소리질러댔다.
반응하는 사람이 없자 아이화는 재미없는지 도로 좌석에 앉았다. 나는 이젠 조용해지겠지 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렇게 외쳤다.“6.4천안문 민주운동에 참가한 학생들 잘 죽었다! 너무 적게 죽였어! 절묘하게 죽였다! 앞으로도 더 죽여야 해!”소리가 너무 커서 승객들은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득의양양해하며 계속 소리 질렀다. “독재는 당연하고 부패는 죄가 없어! 대만 독립분자들을 타도하고 민주운동을 타도하자! 의사 장옌융을 타도하고 자오궈뱌오 교수를 타도하자! 라오덩(老燈, 이 글의 작가)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듣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코끝을 가리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너 이 바보, XX야, 너 XX XXX, 내가 XXXX XXX!" 좀 뜻밖이었는지 그는 누그러들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떠드는 소리에 넙적한 얼굴에 눈이 큰 스튜어디스가 황급히 다가왔다. 아이화는 그녀를 보자 씩씩대며 “이 자식이 금방 이유없이 날 욕했어, 이 비행기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다! 나가게 빨리 문을 열어!”라고 소리 질렀다.
스튜어디스는 “동지, 떠들지 말아 주세요. 지금은 비행중이라 문을 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이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난 이 비행기를 납치할거야, 빨리 내 명령을 들어라, 즉시 우리 조국의 수도 베이징으로 간다!”라고 소리 질렀다. 스튜어디스는 놀라며 “이 비행기는 원래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이화는 이 말을 듣고 잠깐 넋을 잃은 듯이 서있더니 “그럼 괜찮겠군!”라고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황토색 천가방에서 알약 두 개를 꺼내 삼키고는 곧 잠이 들었다.
스튜어디스는 아이화가 자는 것을 보자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나에게 “감사합니다, 선생님.”라고 말했다. 나는 이 기회를 타서 전날 저녁에 준비해 온 명함을 그녀에게 내밀면서 “연락처 좀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좀 망설이더니 나에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아이화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짐을 챙기고 사람들을 따라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남자 승무원 몇 명이 다가오더니 그를 눌러 앉히고 다른 승객들이 다 내리기를 기다렸다. 쌤통이군!
글/ 라오덩(老燈, 6.4학생운동에 참가한 지린성 출신 작가)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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