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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슈퍼마켓에서 만난 ‘창피한’ 고향사람

관리자  |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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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애틀랜타이다. 얼마전 이곳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곧 개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평소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사기 위해 나도 개업일에 맞춰 그곳으로 달려갔다. 실업자인 나에게 있어서 절약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머리에 황색 피부를 가진 한국인과 중국인들이었다. 그러나 모두 나처럼 가난뱅이인 것은 아니다. 부자들도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쇼핑 바구니를 가득 채운 나는 계산대 쪽으로 갔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계산대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실업자인 나에게는 기다릴 시간은 충분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한국인 가게에서 물건 사기를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은 보통 우리 중국인들 가게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거의 내 차례가 다 되었는데 한 30대 여성이 내 주위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궁금해서 한 번 쳐다보았는데 그녀도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낯선 사람과 눈빛이 마주쳤을 때 머리를 가볍게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것은 내가 미국에 온 뒤부터 생겨난 습관이었다. 뜻밖에 그 여성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전 호빵 한 봉투만 샀는데 당신 앞에 좀 끼워주면 안 될까요?” 중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수천명 직원이 같은 목표를 위해 같은 시간에 몰려드는 구내식당에서는 안면이 있다고 자기 앞에 다른 사람을 끼워주는 현상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 나는 줄곧 불만을 품고 있었다. 내가 미국에 온 이유 중 하나도 이를 비롯한 중국 사회의 각종 악습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미국에서도 이처럼 질서를 지키지 않는 동포를 만날 줄 몰랐다. 나는 “매우 환영합니다, 한 봉투가 아니라 몇 봉투라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 뿐만 아니라 제 뒤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끼어든 것입니다. 그들이 찬성할지는 모르겠군요. 밖에 나오면 그래도 나라 망신시키지 않도록 조심하는게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녀는 “물을 필요 없어요, 당신이 된다면 되는 거예요.”라고 하면서 벌써 내 앞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중국어로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을 보면 단번에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던 것 같다. 내가 호기심으로 내가 중국인인걸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그녀는 “중국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외모를 그리 중시하지 않아요, 꾸미지도 않고 생긴 것도 촌스럽고 표정도 별로예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기막혔다. 이것이 내가 중국인임을 알아본 판단 기준이었단 말인가? 이건 노골적으로 우리 중국 남자들을 비방, 중상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간접적으로 날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난 그래도 수염을 깨끗이 깎았고 머리고 깔끔하게 빗었는데 왜 이렇게 말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그리 잘생긴 얼굴을 아니더라도 단정한 데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설사 좀 촌스럽고 표정이 안 좋다 하더라도 그녀가 말한대로라면 그 조금 남은 자신감마저 완전히 짓뭉개지는 꼴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녀와 똑같이 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자의 말을 떠올리며 그녀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이 여자는 머리에 든 것이 적거나 성격이 너무 괴팍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한 데 싸잡아 평가하면 안 되지요, 우리 중국 남자들 가운데도 우수한 사람이 많습니다. 또 고생을 잘 견디고 절약할 줄 알고 보편적으로 가사 일을 잘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흥, 잘하긴 뭘 잘해요, 속이 좁은데다 ‘그 일’도 잘 못하잖아요. 아니면 왜 그렇게 많은 중국 여자들이 외국으로 시집가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뜻밖이었다. 나는 중국 여자들이 중국 남자들에게 시집갈 만한 외모를 갖추지 못해 ‘세계혁명을 지원’하러 외국에 시집가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외국인 남편들은 모두 ‘그 일’을 그렇게 잘 한단 말인가? 그녀가 통계 조사라도 내봤단 말인가? 이 때, 뒤에 서있던 한국인 아줌마의 고함소리가 나의 잡생각을 끊어버렸다. “우린 여기서 오래 기다렸어요, 누구나 다 순서에 따라 줄을 서야죠!” 다른 한 한국 아줌마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규칙은 누구나 다 지켜야 해요, 우리 시간도 귀중하니까요. 나도 아는 사람이 있었지만 끼워주지 않았어요, 뒤에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니까요.” 이런 말을 듣고 나니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봐요, 아줌마들이 영어로 말한 걸 봐서는 당신이 한국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본 거예요, 이제 기분이 어떤지 알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관하지 말아요, 어째든 서로 모르니까요.”라고 말하고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에 있는 한국 아줌마들은 영어로 몇 마디 큰 소리로 따지고는 다시 한국말로 자기들끼리 불만을 터뜨렸다. 어찌되었든 그녀와 나는 모두 무사히 계산을 마쳤다. 계산을 마치고 계산대에서 주는 영수증을 가지고 가면 출구에서 플라스틱 세수대야를 하나씩 공짜로 가질 수 있었다. 미국에 온 지 오래 됐지만 그런 세수대야는 오늘 처음 봤다. 세수 대야를 가지고 머리를 드니 마침 내 앞에 끼어들었던 여자도 똑같은 세수대야를 들고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왜 아직 가지 않았냐고 묻자 그녀는 세수 대야를 더 가지기 위해 다른 채소를 또 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두 개 째예요.” 그녀가 세수 대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함께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그녀는 나도 세수대야를 몇 개 더 가지고 가라고 권했다. “이 세수 대야는 알고 보면 쓸모가 많아요. 물도 절약할 수 있고 실용적이지요. 세수해도 되고, 발을 담가도 되고, 밀가루를 반죽해도 되고, 채소를 담아도 되는데 하나 가지고는 다 할 수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마지막 ‘요’자를 다 말한 뒤에도 그녀의 입은 한참 동안 원래 모양을 유지한 채 벌어져 있었다. 이를 발견한 나는 갑자기 격동되어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그녀에게 급히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녀는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이라고 말했다. 내 추측은 맞았고 나는 애틀랜타에서 3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사람을 만난 것이었다. 그녀가 자동차키를 꺼내 누르자 멀리서 신형 혼다 승용차가 짧고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차도 있으면서 공짜 플라스틱 세수 대야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합니까? 한국 아줌마들이 당신을 놔주지 않고 두 가지 언어로 ‘국제비판대회’라도 열었더라면 이 차에 미안할거 아닙니까?”라고 농담을 했다. 그녀는 “그러면 또 어때요? 당신처럼 담이 작아서야 외국 땅에서 뭘 하겠어요? 이것저것 고려하다간 아무것도 못해요. 사내대장부답게 놀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마친 그녀의 입은 또 습관적으로 벌어져 있었다... 글/ 차웨이청(査維成, 人在北美)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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