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BBC 기자 가오이(高毅)
[SOH] ‘패왕별희’ 천카이거 감독이 문화혁명 시기 아버지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당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홍위병에 가담할 당시 14살 소년에 불과했던 천 감독은 동료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아버지를 고발, 투쟁에 내몰았다. 천 감독은 수십 년 동안 악몽과도 같은
당시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천 감독은 최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나에게 크게 실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를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 대해줬다. 이 때문에
나는 더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혁명은 천 감독 세대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중공
당국이 과거를 숨기고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상처는 아물 기회가
없었다. 사람들은 억지로 잊으려 했지만 양심은 여전히 그들의 상처를 건드렸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런 아픔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올해 57세인 천 감독은
당시 아버지의 생각과 느낌을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히면서, 문혁을
비판하거나 자신이 받은 상처에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인들이 역사를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 감독은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문화혁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나는 우리 세대 사람들이 그들에게 진상을 알려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과거를 잊는 사람들
천 감독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적지 않지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5세대 감독의 선두주자인 천 감독도 환갑에 가까워지고, 미국 국적을
따낸 뒤에야 문혁을 작품에 담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문화혁명 시대의 잔인한 투쟁 장면이 나오는 ‘패왕별희’(1993년), 부자의 진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투게더’(2002년)와 최근 출품한 ‘메이란팡(梅蘭芳)’에
이르기까지 천 감독의 영화에서는 모두 그의 아픔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혁명에
대한 중공 당국의 은폐와 회피 정책으로 천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현재 천 감독처럼 문혁에 대해 통쾌하게 말해보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신세대들은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문혁을
대부분 먼 나라 이야기마냥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혁을 반성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티베트 봉기, 중국-베트남 전쟁, 6.4천안문 학살, 5.4청년운동 등 역사적 사건은
오늘날 중국 80세대들에게는 낯선 화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술계와 예술계는
당국의 일방적인 결론으로 반성하고 토론할 공간마저 박탈당했다. 이로써 천 감독과 같은
예술가들이 중요한 창작 소재를 잃은 것은 물론 중국인들은 소중한 정신적 자산을
잃었다.
‘패왕별희’ 제작 당시 천 감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당국으로부터 큰 압력을
받아 개봉 직전까지 포스터도 제작하지 못했으며 정식 영화 이름도 결정하지
못했다.
천 감독이 지금까지 문혁을 다룬 작품을 내놓지 못한 것은 중국의 엄격한 검열
제도와도 관련이 있었다. 천 감독은 미국에서도 중국의 눈치 때문에 그의 작품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천 감독은 책을
써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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