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 22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동북아 활쏘기 신화 비교연구 및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이라는 주제로 연구발표 및 토론이 열렸습니다.
곰 신화에 이어 두번째 기획으로 열린 이번 활쏘기 신화에 대한 연구발표에는 이용범(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평래(한국외국어대), 유원수(서울대), 김선자(연세대), 이유진(고려대), 곽진석(부경대)교수 등이 참석해 동북아 활쏘기 신화 비교연구 및 중국학계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 중심의 신화 재구성에 관한 분석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이평래 한국 외대 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구발표의 취지에 대해 중국 중심이 아닌 동북아 전반에 걸친 신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음성)“작년에 저희들이 중국의 동북아 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론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책이 나왔죠. 곰 토템에 대한 비판의 차원에서 시작을 했던 것이고, 곰 신화뿐만 아니고 신화 전반에 대해서 중국학자들이 자기들 역사복원 작업에 맞춰서 신화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더라고요. 작년에 곰 토템 신화를 했으니까, 금년에 활쏘기 신화를 통해서 이 부분이 어떻게 됐나? 이 분야를 각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해보자, 중국만 할 것이 아니고 한국이라든지, 몽골이라든지, 시베리아, 활쏘기 신화가 나타나는 지역의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지역을 커버를 해서 한번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을 한 거죠.”
이 교수는 몽골신화의 주인공 '에르히 메르겐'을 예로 들면서, 활쏘기 신화는 몽골인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활과 화살의 주술력으로 가뭄과 자연재해 등 혼란극복 염원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활쏘기 신화는 바로 활이라는 신물(神物)에 관련된 신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음성)“활이라는 것이 수렵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생활도구였고, 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의 권력 상징물이 될 정도로 굉장히 귀중한 거였죠. 수렵사회나 국가 초창기까지도 활의 기능은 대단했을 겁니다. 이런 부분들이 기본적으로 실생활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활이 발명된 다음에 그 활이란 상상도 못할 역할을 했거든요. 당시의 고대인 혹은 원시인으로서는 신기(神器) 에 가까운 신물 (神物)로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신화라는 것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죠.”
신화연구가 김선자 교수는 동북지역 민족의 신화에서 활쏘기라는 행위는 남을 죽이고 정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남을 살리고 새로운 생명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행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음성) “중국의 소수민족 지역의 활쏘기 신화 내용들을 대체적으로 살펴볼 때, 주로 생명을 죽이는 활쏘기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활쏘기다. 여러 개 나타난 해와 달을 쏘는 행위도 결국은 인간들을 고통에서 구해내기 위한 그런 활쏘기였기 때문에, 남을 살리기 위해서 활을 쏘는 영웅들이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부족의 생존을 유지하는 즉 공동체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정신은 동북아시아 지역 신화 전체를 관통한다고 봅니다. 활쏘기 신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활이라는 수렵민족의 무기를 관장하는 인간의 영혼에 있다. 남을 죽이고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살리기 위해서 쏜다는 것이 서방의 정복 영웅들과 비교되는 동북아시아 지역 신화속 영웅의 특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활은 신화에서 신적인 능력의 상징물로서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찾아오는 역할을 했다고 김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음성) “활이 신적인 능력의 상징이 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정복 기능을 가진 신적인 화살들, 마을을 지켜주는 기능을 하는 것도 있었고, 주로 신적인 능력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활을 쏴서 빛을 되찾는 경우, 활을 해와 달을 쏴서 떨어뜨리는 경우뿐만이 아니라 이족(夷族)같은 경우에는 고양이가 자기 털을 이용해서 해들을 다 없애게 해요. 고양이가 어둠을 좋아해서, 그래서 세 소녀가 가서 사라진 해를 찾아온다거나 위구르족같은 경우, 물론 서쪽하고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만, 신들의 전쟁 때문에 해와 달이 다 사라졌을 때, 해가 빛을 잃었을 때, 루스탐이 가서 빛을 찾아오는 이런 경우도 있어요.”
고려대학교 이유진 교수는 <동이(東夷)의 예(羿)에 관한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이라는 발표를 통해 신화가 중화패권주의와 맞물려 왜곡되고 있는 사례를 발표하면서, ‘동이의 예가 중화민족의 예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이교수는 2005년부터 2038년까지 100권 완간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출판 프로젝트인 ‘세계신화총서’에 합류한 예자오옌(葉兆言)의 ≪후예(后羿)≫가 예 신화를 중화민족의 신화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후예사일(后羿射日)과 항아분월(嫦娥奔月) 신화는 10개의 해 가운데 9개를 화살로 쏘아서 재난에 빠진 인류를 구한 예의 신화, 그리고 불사약(不死藥)을 먹고 달로 가게 된 항아의 신화입니다.
이교수에 따르면, 예자오옌은 후예와 항아의 애정•욕망•배반 등을 중심으로 신화 다시쓰기를 하면서 중화민족의 상징인 용•장강•황하를 삽입함으로써 예 역시 ‘용의 후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습니다. 이 교수는 예 신화의 학술적 복원은 물론 이와 같은 문학적 복원 역시 중화패권주의와 공모할 수 있으며, 동이의 예를 중화민족의 예로 규정하는 것은 동이의 역사와 신화를 전유하고자 하는 패권적 폭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김경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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