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2009-12-19] 최근 중공 당국은 중국 부동산 업계의 흑막을 드러낸 인기 드라마 ‘워쥐(蝸居. 달팽이집)’의 방송을 금지했다.
‘워쥐’는 7월 하순 상하이에서 처음 방영 이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10월에는 베이징 TV에서도 방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1월 중순, 10회가 나간 이후부터 방송이 돌연 중지돼 추측이 난무했다.
이 드라마의 원작 작가는 싱가폴 화교 류류(六六. 여) 씨. ‘워쥐’는 작가의 출신지인 상하이를 배경으로 달팽이 껍질과 같이 작고 초라한 아파트에 살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분투하는 대졸 중산층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두 사람은 고향 부모님의 도움까지 받아 돈을 모아봤지만 급등하는 주택 가격을 따라잡지 못한다. 곧 태어날 아이 때문에 부부가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도운 사람은 대졸 후 부동산 회사에 취직한 아내의 여동생이다.
아내의 여동생은 시장 비서로부터 언니를 위해서 돈을 빌린 것을 계기로 비서와 관계를 맺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거중이던 약혼자와 헤어져 시장 비서의 애인이 된다.
드라마는 개발업자들이 갖다 바치는 뇌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권력까지 휘두르는 시장 비서, 비서와 결탁해 주택지 재개발을 강행하는 부동산 업자와 철거 작업반에 저항하는 노부인 일가 및 사회보험 기금을 부동산 개발에 유용하는 은행 간부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템포 좋게 그려낸다.
이 같은 스토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현실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2006년에 상하이에서 터졌던 천량위(陳良宇) 당서기 등 공산당 간부들의 대형 부패 사건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드라중의 시장 비서는 천 서기의 전 비서인 친위(秦裕) 바오산(寶山)구장, 그의 애인이 된 여동생은 상하이 TV방송국 캐스터가 각각 모델이 됐다고 중국 언론들도 보도하고 있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중국의 현실은 더 놀랍다. 시장 비서의 애인이 된 주인공의 여동생은 호화로운 저택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성실한 약혼자보다 비서의 제3자가 되어 아이까지 낳으려고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그녀의 선택에 공감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국처럼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돈이 가치의 기준이며, 집과 고급 승용차는 빈부를 나누는 경계선이 되고 있다. 때문에 여동생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든 부유층 진입에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글로벌금융 위기후, 금융 규제 대폭 완화와 감세 조치 및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주택 시장 과열이 지속됐다.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투기자들이 몰려 최대 50%이상 가격이 올라, 자산버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규제 강화 방침을 내세웠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없다고 믿는 업계는 작년의 부진으로부터 벗어나 호황을 누리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라마 ‘워쥐’가 관료들의 권력 남용 등 심각한 부패를 부각시켰기 때문에 당국에 의해 방송 금지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방송 감독 기관인 중국방송·텔레비전·영화총국은 드라마를 ‘저속’하다고 비판하면서 개입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의하면, 베이징TV는 대기업 개발업자가 “드라마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며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과 개발업자들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인터넷과 ‘해적판’을 통해 계속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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