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여혜경(吕惠卿) 의 자(字)는 길보(吉甫)로 북송(北宋)의 관리이며 왕안석(王安石)의 변법(變法)파의 두번째 인물이었다. 고대 관리들은 대부분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가 되는데 여혜경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우(嘉祐) 2년 (북송 인종(仁宗)의 연호, 서기 1057년)에 진사가 되었으며 재능과 학식이 있었다. 그는 학문에 견식이 있어 불교와 도교 경전에 일부 주해를 달았으며 스스로 만족해 했다.
여혜경은 일찍이 산서(山西)에서 한가한 어느 날 시종들을 거느리고 오대산(五臺山)에 올라 명승지를 유람하고 있었다. 오대산 중턱에서 유흥이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날씨가 돌변해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여혜경 일행이 여기저기로 폭우를 피해 다니고 있을 때, 운무(雲霧) 사이에서 교룡(蛟龍, 뿔이 달린 새끼 용) 비슷한 것이 운해로 날아가는 것이 보여 일행은 놀랍고도 무서워 어쩔 바를 몰랐다.
비가 물러나고 하늘이 개더니 한 동자가 산 위에서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머리를 푼 동자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부들(야생풀)로 엮어 만든 옷을 입고 손에는 불경을 들고 있었다. 동자가 "도대체 무엇을 봤길래 이렇게 두려운 모습입니까?"하고 묻자, 여혜경은 "방금 전 비바람으로 매우 놀랐다"고 대답했다. 동자는 "비바람은 전부 지나갔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빌러 오대산에 오셨습니까?"하고 물었다. 여혜경이 " 듣자하니 이곳은 문수보살님의 도장이라 하는데 인연이 있다면 보살님을 뵙고자 한다"고 답하자, 동자는 다시 "왜 만나려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여혜경은 "내가 전에 불경을 읽었는데 그 뜻이 넓고도 깊어 어느 곳은 이해하지 못해 보살님을 만나 일부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불경에 이런 주해를 달아 세상에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고자 함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동자는 "모든 부처의 묘한 뜻은 선함으로 일의 이치를 따르는 것으로 쉽고 간단하여 명백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줄기와 덩굴이 뻗어나가 주해가 백여권에 달하는 데 본래 불의(佛意)를 해석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부처님의 뜻과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불의(佛意)를 해체해 불교가 산산이 흩어져 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혜경이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해 책망하며, "보아하니 너는 일개 동자에 불과한데 어찌 감히 대담하게 불경에 주석을 단 연장자들을 꾸짖는가? "라고 말하자, 동자는 웃으며 "이 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 문수(文殊)의 경지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말하자면 평소 부처님의 이치에 따라 행한다면 만사가 미혹되지 않으니 그것은 더욱 좋습니다. 하필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을 어지럽힐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여혜경이 이 말을 듣고 급히 깨달아 황망히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고 일어나 보니 동자는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변해 푸른 털의 사자 위에 올라타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여혜경은 비로소 자신이 만난 동자가 문수보살의 변신임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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