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추톈(楚天)
[SOH] 포증(包拯)은 북송(北宋) 려주(廬州, 현재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시) 출신으로 자는 희인(希仁)이다. 인종(仁宗)때 감찰어사(監察御使)로 임명되어 추밀부사(樞密副使)에 이른다. 그는 기강을 바로잡고 법을 준엄하게 집행했으며, 권문세도와 귀족들을 단속해, 개봉부윤(開封府尹)에 재직할 당시 “뒷거래가 없는 곳에 염라포로가 있다.(關節不到 有閻羅包老)”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포증은 안건을 처리할 때 공평하고 사심이 없어 백성들은 존경의 의미로 '포공(包公)'이라 존칭했다.
포공은 평소 민심을 이해하기 위해 평복 차림으로 민간에 나가 살폈으며, 백성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경력(慶歷, 인종의 연호) 3년 (1043년) 8월 중추 이후, 포공은 보따리를 지고 민간을 사사로이 살폈는데 이해가 안 되는 한 이상한 사건을 알게 되었다:
서(徐)씨 성을 가진 노부부가 반백년을 살았는데 슬하에 장성한 아들 하나가 있었다. 얼마 후 노부부는 아들을 장가보냈는데, 신부가 재주와 용모를 갖추고 총명하고 지혜로워 가족들이 모두 매우 기뻐했다.
신혼 첫날 밤, 신부는 자신의 남편과 농담을 할 작정으로 방문을 사이에 두고 신랑에게 말했다, "제가 상련(上聯)을 낼테니, 당신이 하련(下聯)으로 답하세요. 대답해야 신방으로 들어오실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상련을 내었다.
點燈登閣各攻書(점등등각각공서, 등을 켜고 누각에 올라 각자 책을 파고든다)
이 싯구는 燈(등 등[dēng])과 登(오를 등[dēng]), 閣(집 각[gé])과 各(각각 각[gè])은 동음자이며 앞의 자를 나눈 편방에 획을 추가하여 글자를 이룰 뿐만 아니라, 點燈(점등, diǎn dēng)은 쌍성(雙聲, 두 글자의 성모(聲母)가 같다. 즉 d발음이 같다)이기 때문에 댓구를 찾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다.
신랑은 혈기 왕성한 나이이나 선비 기질이 다분하여 문 밖에서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으나, 하련이 떠오르지 않아 울컥하여 집을 떠나 학당으로 갔다.
다음날 아침 신부가 문을 열고 나와보니 신랑이 수심에 잠겨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슨 연고인지 물었다. 신랑은 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당신이 낸 대련에 대한 댓구가 생각이 나질 않아 고심하고 있었소!"
신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서방님께서는 어젯밤 정원의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랫동안 배회하다 훌륭한 구절을 얻어 이미 저에게 들려주셨잖아요."
신랑은 이 말을 듣고 놀라서 말했다.
"나는 어젯밤 댓구를 찾지 못해 화가 나 한걸음에 학당으로 달려가 밤을 새고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련을 말했단 말이오? "
신부가 이 말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어젯밤의 일을 기억하기 시작하자, 어젯밤 이리를 집으로 끌어들였음을 알았다. 이를 틈타 정조를 잃었으니 후회가 막심이었다. 신부는 홧김에 목을 매 자진했다.
이 사건으로 현지 어리석은 현관이 사건의 시비곡직을 묻지 않고, 즉각 신랑을 잡아오라 명했다. 신랑은 문약한 서생으로 관아의 고문을 감당하지 못해 강제자백을 했으며, 결국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추수 이후 참수형에 처해지는 판결을 받았다. 아들의 참수형 소식을 들은 어머니 역시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강물에 투신하여 자진했다.
포공은 이 이상한 사건을 들은 후, 사건의 중대성을 느꼈다. 사건의 경위가 이상해 세세히 조사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날 저녁 그와 포흥(包興)이 서씨 집에 방을 빌려 잠을 자기로 했다. 포공은 이 안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댓구로써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부가 이미 죽었으니 하련이 도대체 무엇인지 누가 알 것인가?
달 밝은 고요한 이날 밤, 포공은 정원의 오동나무 아래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조용히 하련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구절이 떠오르지 않았다. 걷다 지친 포공은 내친김에 포흥에게 의자를 가져오라 명해서 오동나무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달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한참 동안 생각하던 포공은 돌연 마음이 트이며 결국 하련을 생각해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포공은 서가를 떠나 고을 관아로 돌아와, '개봉(開封) 관청은 본고장에서 학식있고 유능한 선비를 뽑아 개봉의 관리로 임명하고자 하며 뜻있는 자들의 응시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방문을 붙이라고 명령했다. 시험 공고를 본 수험생들은 줄줄이 와서 응시했다.
이번 시험의 제목은 단지 한 구절만 있었고, 수험생들은 이 구절에 댓구를 달아야 했다.
시험문제: 點燈登閣各攻書(점등등각각공서, 등을 켜고 누각에 올라 각자 책을 파고든다)
응시생들이 비록 많았지만 아무도 이상적인 하련을 제출하지 못해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으며 어렵게 관직에 오를 기회를 눈 앞에서 놓쳐야 했다. 관아의 문 앞에서 사람들의 의론이 분분할 때, 약 20세 전후의 젊은 서생이 으쓱거리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더니, 머리를 흔들며 생각하는 척 하다가 하련을 제출했다.
移椅倚桐同賞月(이의의동동상월, 의자를 옮겨 오동나무에 기대고 함께 달을 감상한다)
잠시 후 득의양양하게 포공에게 물었다. "포대인, 보아하니 본지에서 저만이 관직에 오를 수 있겠습니다."
포공은 냉소를 지으며 경당목(驚堂木, 법정에서 심판하던 관리가 탁상을 쳐서 주위에 위엄을 환기시키던 장방형의 나무 막대기)을 친 다음 큰 소리로 말했다. "내게 데려오라!" 양쪽의 아역(衙役)이 즉각 서생을 땅에 엎드리게 한 다음 줄로 묶기 시작했다. 서생은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포공이 꾸짖으며 말했다. "간 큰 음흉한 도적아, 너는 밤중에 다른 사람의 아내를 범하고 두 사람의 목숨을 해쳤으니 국법이 용납하기 어려운데 무슨 죄에 해당하는가? 사실대로 자백하지 못할까?" 서생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며 외쳤다.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원래 포공은 처음에 서가의 신부가 낸 상련에 댓구를 달 수 있는 자는 반드시 책을 읽는 자라고 단정했다. 서가에서 숙박하던 당일 밤 포공은 정원의 오동나무 아래에서 고심하다 결국 移椅倚桐同賞月(이의의동동상월)을 생각해냈다. 이 댓구 역시 같은 음이 반복되는 싯구로 椅(의자 의[yǐ])와 倚(의지할 의[yǐ]), 桐(오동나무 동[tóng])과 同(한가지 동 [tóng])은 동음자이며 앞 자를 분리하고 뒷글자에 필획을 더하면 글자가 이루어지며 移椅(이[yí] 이[yǐ])역시 쌍성이다. 동시에 또한 신부가 죽기 전 신랑에게 "서방님께서는 어젯밤 정원의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랫동안 배회하다 훌륭한 구절을 얻어 이미 저에게 들려주셨잖아요." 라고 한 말에서 장방초현(張榜招賢, 방을 붙여 인재를 뽑다)의 계책이 떠올라 이 답안을 제출한 서생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어서 포공은 참수형 위기에 놓인 신랑을 불러 오게 해 이 서생이 자신의 친한 동창임을 증명하게 했다. 원래 그날 저녁, 신랑은 홧김에 학당으로 달려왔고 그의 동창이 학당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사실대로 댓구의 일을 동창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 서생이 즉시 나쁜 생각을 할 줄 누가 알았으랴! 야심하고 인적이 드물 때, 그는 집에 간다는 핑계로 학당을 떠나 은밀히 서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서생은 서가의 정원 오동나무 아래에서 댓구를 생각한 후, 신랑의 말투를 흉내내어 신방의 신부에게 대답했다. 등을 꺼놓은 채,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신부는 移椅倚桐同賞月(이의의동동상월)의 댓구를 듣고 댓구가 짜임새가 있고 천의무봉 (天衣無縫 (선녀의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완전무결하여 흠이 없음을 이르는 말)하여 기쁨에 겨워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다가 어두운 밤중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했으며, ‘서방님이 아니면 누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신방의 문을 열어 주고 그를 들어오게 해 비극을 가져왔다. 이 서생은 이 기회를 틈타 신부를 더럽혔으며, 날이 밝기 전 신부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문을 열고 줄행랑을 쳤다.
이 대련(對聯)사건은 이렇게 진상이 드러났다. 포공은 큰 소리로 말했다. "여봐라, 저 음탕한 도적을 사형수 감옥에 가두어라!"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포공의 지혜가 높고, 판결이 엄격하고 공정해 이 억울한 사건을 밝힐 수 있었고, 진범을 법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고 서로 서로에게 알렸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