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밍(貫明)
[SOH] 보통 사람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친정(親情)이다. 그러나 도덕이 고상한 도를 얻은 선비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신의 인품이다. 인품은 한 사람의 선악(善惡)을 결정하기 때문에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어렸을 때 암송하던 수많은 당시(唐詩)중 비록 짧은 구절이나, 내 심중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음미했던 구절이 있다. "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一片氷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그때 비록 수없이 암송했지만 진정하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점점 나이가 들고 인생의 경력이 풍부해짐에 따라 내심의 체득도 깊어졌다. 한 사람이 만일 순결하고 선량한 마음을 보존할 수 있다면, 세상 친구사이의 어떤 그리움과 안부보다도 가장 좋은 회보일 것이다.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一片氷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이 명구는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의 칠언절구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며(芙蓉樓送辛漸, 부용루송신점)>에서 왔다. 원시는 다음과 같다.
寒雨連江夜入吳(한우연강야입오) 차가운 밤비 강을 따라 오나라로 흐르는데
平明送客楚山孤(평명송객초산고) 새벽녘 벗 보내니 초산(楚山)이 외롭구나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낙양(洛陽)의 벗들이 내 소식 묻거든
一片氷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한 조각 얼음같은 마음 옥 항아리에 있다고 전해주오
대략의 뜻은, 한밤중 차가운 비가 내린 후, 시인은 부용루에서 친구와 이별을 하는데 무심하게 새벽 빛은 멀리 산봉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친한 친구에게 만일 멀리 낙양의 벗들이 나의 안부를 묻는다면 나는 얼음같이 맑고, 옥같이 깨끗하며, 청렴하고 정직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벗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는 작별하는 친구들의 시이지만 붕우지간의 이별 서정은 매우 담백하며 오히려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할 고풍양절(高風亮節,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 두 구절의 창망(蒼茫)한 강우(江雨)와 외롭게 우뚝 솟은 초산(楚山)은 송별시의 고적한 정을 부각시킨다. 뒤의 두 구절에서 자신을 빙심옥호(氷心玉壺)에 비유한 것은 시인의 탁 트인 흉금과 견강한 성격을 나타낸다. 전 시는 경치에서 정이 생기고, 정서가 경치에 깃들며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운미(韻味)또한 무궁하다.
중국 고대 남북조의 유송(劉宋)시기 시인 포조(鮑照)는 일찍이 淸如玉壺氷(청여옥호빙, 옥호의 얼음처럼 맑다- <代白頭吟대백두음>)을 사용해 고결하고 청백한 품격을 비유했다. 당조 개원년간의 재상 요숭(姚崇)의 작품 <빙호계(氷壺誡)>를 모델로 삼아 성당시인 왕유(王維), 최호(崔顥), 이백(李白) 등 모두 빙호(氷壺)로써 자신을 독려했으며 광명정대함과 겉과 속이 깨끗한 고상한 품격을 추앙했다. 왕창령은 이 시에서 수정처럼 빛나는 투명한 빙심옥호(氷心玉壺)에 자신을 비유한 것은 일종의 스스로 믿음이요 스스로 힘쓰는 것이다. 티 없이 맑아 바닥이 보이는 투명한 물과 같은 옥호로 정량하고 순결한 빙심을 나타내어 친구를 위로하고 있으며, 이것은 어떤 인간 세상의 사상과 비교해 볼 때 이런 언사는 더욱 그가 낙양의 친한 벗을 대하는 심정과 후의(厚意)를 더욱 잘 표현해 낼 수 있다.
그가 신점을 통해 낙양의 친한 벗에게 부탁한 것은 통상적인 죽보평안(竹報平安, 대나무는 평안함을 알린다)이 아니라 자신은 의연히 얼음같이 맑고 옥같이 깨끗한 신념을 견지하고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실의에 빠진 시기(좌천됨)에 뜻을 잃지 않는 견정한 품덕은 매우 탄복할 만하며 후세 사람들은 통상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로 고결한 뜻을 표현한다.
사람들은 각기 뜻이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는 서로 다르다. 잠시의 유한한 인생 중 어떤 사람은 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서 일생 동안 부귀와 재물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서 일생 동안 이름을 내는 것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은 단지 권세가 있으면 명예와 이익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여겨, 권력을 쫓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또한 일부의 사람들은 감정과 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 다른 사람과 감정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우위에 놓는다. 단지 그런 도덕이 고상한 득도지사(得道之士)만이 세속을 초월해 명리에 미혹되지 않고 일생토록 묵묵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며, 오히려 시종일관 마음 깊은 곳의 순결과 고귀를 굳게 지킴으로써 숭고한 품덕(品德)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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