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에서 차기 행정장관 선거 제도를 둘러싼 항의 시위가 6일째에 접어들었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최전선에 선 이번 시위는 25년 전 텐안먼 사건을 떠올린다. 인터넷이 없던 당시, 사람들은 단파 라디오로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귀기울였고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중국 전역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당국의 무력 탄압 소식이 보도됐을때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고교생이었던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텐안먼 사건을 지켜보고 있던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 사회의 중심이 된 지금, 그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번 시위를 바라보고 있다.
대학시절 동창들을 연결하는 채팅 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나와 그들은 무역이나 외교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고, 중국에는 중산층에 속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평소 채팅을 이용해 식품문제, 부패문제, 물가상승 등 사회 문제를 많이 비난하고 지적했지만,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내가 시험 삼아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그들은 ‘중국으로 비화되는 것은 싫다.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시민인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받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심지어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에 사는 동창조차 이번 시위 발생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소식을 봉쇄하고 세뇌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SNS에서는 홍콩 관련 키워드나 기사가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현재 광둥성에서 홍콩 TV의 시위 생중계는 모두 차단됐으며 중국 언론은 이번 시위가 생활고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에 의한 것이라며 오도된 거짓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또 25년 전 실패로 끝난 텐안먼 사건도 사람들을 정치 문제에서 따돌렸다. 공산정권 수립 이래 최대 규모였던 이 학생운동에서 당국의 무력 탄압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그 후, 리더들은 투옥되거나 부득이 해외로 망명하게 되어 학생운동은 조락했고, 사람들은 공산당 정권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봉인하고 눈앞의 ‘즐거운 시간’에 만족하게 되었다.
이번 홍콩시위에서 인기 홍콩 록밴드 비욘드(Beyond)의 명곡 ‘해활천공(海闊天空)’ 은 10만명의 참가자가 합창해 화제가 되었다. 90년대에 중화권을 풍미한 비욘드 작품 중 상당수는 자유를 쫓는 젊은이의 갈등을 표현한 것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나도 팬이었다.
20년 만에 그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찬 노래를 들으니 무심코 눈시울이 뜨거워지자 이번 홍콩 시위의 결과에 상관없이 그들에게 희망을 계속 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 곡이 중국인의 마음을 다시 적셔줄 날이 올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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