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皇(임금 황),帝(임금 제),王(임금 왕)은 고대 최고 통치자를 부르는 명칭들이다. 이 글자들은 그저 사용하는 간단한 호칭이 아니며 고대인의 이상적 정치질서와 군주인격의 규정을 대표한다. 세 가지 명칭의 정치·철학적 의의를 경학(經學)의 범위에서 말해 보자.
공영달(孔穎達)의 ‘상서정의(尙書正義)’에서는, '帝자는 天(하늘 천)의 한 이름으로 帝라 이른다. 帝는 諦(살필 체)이다. 하늘은 탕연히 무심하며 사물과 나를 잊는 것을 말한다. 공평함이 널리 통하고 모든 일에 대해 두루 살핀다. 고로 帝라 이른다.' ‘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덕(德)과 天이 합친 것을 일러 帝라 칭한다.' 天은 고대 언어에서 지고(至高)한 존재를 말한다. 즉, 帝는 天의 한 면이며 의미는 공평함이 멀리 통하고 일을 들어 살피는 정치적 지혜인 것이다.
동한(東漢) 응소(應劭)의 ‘풍속통의(風俗通義)’에 이르기를, '皇은 天(하늘 천)이다. 皇은 天의 다른 모습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르기를, '皇은 大(클 대)이며 自(스스로 자)를 따른다. 自는 시작함이다.' 하지만 皇은 사물의 처음과 발단의 의의를 갖추고 있는 대입법자(大立法者)를 대하는 칭호이다.
‘상서정의(尚書正義)’에 이르기를 '帝는 천하를 공평하게 하고 그 도가 항상 행하게 할 수 있으며......그리고 皇이 帝보다 뛰어나며 그 도가 항상 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크다......皇은 아름답고 큰 이름으로써 말하자면 帝보다 크다.' 또 이르기를 '오제(五帝)는 유위(有為)로 하늘과 같음이요. 삼황(三皇)은 무위(無為)로 하늘과 같음이며 이름을 세워서 우열을 가릴 따름이다.' 皇의 칭호는 帝보다 더욱 존귀하며 ‘장자(莊子) 천하(天下)’의 신인무공(神人無功, 신인은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는다)의 경지로 분류될 수 있다.
‘백호통의(白虎通義)’에 이르기를 '皇의 칭호는 찬란하게 빛나 사람이 거역하지 않는다' 라고 하여 皇자에 극대한 권위를 부여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르기를 '王, 천하가 돌아가는 바이다. 동중서(董仲舒)가 말하기를 '옛날에 만들어진 문자로 삼획을 잇는 것을 王이라 한다. 삼은 천(天), 지(地), 인(人)이며 이 세 가지에 통하는 자가 王이다.' 설문해자와 동중서의 해석에 따르면, 王의 한 방면은 인심(人心)의 응집이며 다른 방면은 천지에 통하게 해야 하며 하늘의 도를 사람의 일에 맞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상서정의(尚書正義)’에 이르기를 '帝의 칭호를 얻지 못함으로써 삼왕(三王)은 모름지기 진실로 성인이오. 안으로는 덕이 하늘과 같고 바깥으로는 때와 운을 따르고 그 성(聖)을 다하지 못하면 이름을 좇는데 사용하니 고로 王이라 일컫는다.
‘예운(禮運)’에 이르기를. '대도(大道)가 행해지고 천하가 공(公)을 위하는 것이 즉 帝요, 대도가 이미 숨어버려 각자의 어버이만 어버이로 여기는 것이 즉 王이다.' 王은 帝보다 조금 못하다. 그로 인해 시운(時運)에 국한된 것만 얻으며 구체적인 정치현실을 고려한다. 하지만 천인(天人)에 가까운 皇과 帝와는 같지 않으며 王은 대지에 접근하며 인간의 일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종합해보면 세 개의 칭호 사이에는 위계상의 등급차이가 존재하며 이런 차이는 천학(天學)과 인학(人學)의 조화를 체현해 매 위대한 문명의 개창자가 자연질서에 따라 정치질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고인의 해석은 상상을 이끌어내며 상고(上古)시대 성왕(聖王)의 시적인 이미지를 제외하고 실재 역사에서는 완벽한 군주와 같은 인격을 찾아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존재여부를 토론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능한가의 문제를 토론하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상은 아름다운 정치체제의 가능성을 표시하며 정치현실의 가치척도와 평판표준을 형상화했으며 또한 중국 고전 정치의 품질 즉, 일종 위로 향하는 고귀한 정치를 결정했다. 이런 고인들의 철학적 해석은 비록 역사상 수많은 간웅(奸雄)과 혼군(昏君)이 출현해왔지만, 왕도(王道)를 받들어 행하고 시종일관 태평성대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고전(古典) 정치의 최고 목표가 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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