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국제적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帯一路)’를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 아이(Fire Eye)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스파이들은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거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이버 공격 위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Fire Eye는 이러한 주장과 관련한 기자회견도 열었다. 샌드라 조이스(Sandra Joyce) Fire Eye 부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정부가 일대일로 관련 사업인 철도계획에 대한 중단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중국 비밀 정보기관이 치열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취임 후, 중국과 체결한 2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동해안 철도’ 등, 2개의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를 ‘불공평한 계약’이라며 중지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ire Eye 측에 따르면, 중국 스파이들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의 행정과 기업의 의사 결정기관에서 보다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얻으려 하고 있다. 중국 해커그룹 ‘TEMP.Toucan’은 이미 말레이시아 공공단체 및 민간단체에 대한 보안 돌파를 시도했다.

또 다른 중국 해커그룹 ‘TEMP.Periscope’는 지난 7월, 일부 캄보디아 국가기관과 정치단체 시스템에 침입해 캄보디아 총선 방해를 시도했다.

Fire Eye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유럽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일대일로의 상징적 프로젝트인 유럽 최대 공업단지 ‘그레이트 스톤(Great Stone)’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해커그룹 ‘Roaming Tiger’는 벨라루스를 스파이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해커그룹 특유의 악성코드가 일대일로와 관련된 환경문제와 인권문제를 지적한 국제 NGO를 공격했다. 이 악성코드는 일부 EU 회원국의 외교 피싱 메일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이스 부사장은 서버공격 대상에 대해, “그들(중국 정부)에게 중요한 재원이 되는 국가, 또는 프로젝트의 진행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결정한 국가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유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SIS)의 사만다 호프먼 연구고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인프라 건설 계획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반대 의견을 억제함으로써 외교 및 안보 정책에서 현지 여론을 통제할 목적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또 해외에 설치한 전자 상거래 플랫폼, 해외에 중국 문화를 선전하는 조직인 공자학원, 통신 네트워크, 운송회사, 호텔, 금융기관, 물류기업 등 이른바 ‘정보 스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중국 내 중앙분석 센터에서 수집하고 있다.

대만 대학의 밍쥐정(明居正) 정치학 교수는 지난 15일, 지유아시아방송 (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 국민은 국가의 스파이 활동에 협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위법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밍 교수는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정치,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그와 함께 정보 수집을 촉진시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대일로로 설치된 거점과 건설 지역, 항만, 프로젝트에 관련된 금융 서비스 등, 모든 분야가 스파이 활동 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NEWSIS)

권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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