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남(濫)’은 넘친다는 뜻, ‘상(觴)’은 술잔. ‘남상(濫觴)’ 은 곧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물이라는 말로써, 사물의 시초나 근원을 말합니다. 공자(孔子)가 제자 자로(子路)에게 해준 충고에서 비롯된 말로, 순자(荀子) ‘자도(子道)’편, 공자가어(孔子家語) ‘삼서(三恕)’편 등에 실려 있지요.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자로는 성질이 급하고 나서기를 좋아했습니다. 용맹하면서도 때때로 거친 그의 행동은 스승의 꾸지람을 많이 들었죠. 하지만 또 공자는 그의 장점을 알아주었으며, 애정 어린 충고로써 그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자로가 화려한 옷을 입고 자못 으스대며 나타났습니다.이를 본 공자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써 그를 깨우쳐 줍니다.

"유(由:자로의 이름)야, 어째서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허세를 부리느냐? 저 양쯔강(陽子江:長江)을 보라. 원래 양쯔강은 민산(岷山)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큰 강이지만 그 시초에는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이었다. 그 적은 물이 강나루까지 내려오게 되면 배를 타지 않고서는 강을 건널 수도 없다.  게다가 바람 부는 날을 피하지 않으면 배를 타고도 건너갈 수 없다. 그것은 하류의 물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겠느냐? 지금 네가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을 엄숙하게 꾸미고 있으니 천하에 누가 너를 위해 좋은 충고를 해줄 사람이 있겠느냐”

공자는 자로가 전과는 달리 그런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것을 보자, 그가 혹시 사치와 교만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양쯔강의 비유를 들어 이야기 한 거지요. 공자의 이 말은, 양쯔강의 물이 처음부터 많았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지류의 물이 합해져 대하를 이룬 것처럼 사람도 남의 충고를 소홀히 여기지 말고 하나하나 받아들일 줄 알아야 큰 인물이 될 수 있음을 일러준 것입니다. 곧 매사는 시초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스승의 따끔한 충고를 들은 자로, 어떻게 했을까요?

항상 자기의 허물 듣기를 좋아하고, 또 그 허물을 고치는데 과감하였던 자로는 용맹스럽고 성격도 급하였지만 또 솔직담백하였던지라, 스승의 이치에 맞는 충심어린 충고를 듣고는 곧바로 사죄하고  당장 집으로 돌아갑니다. 화려한 옷을 벗어 버리고 평소의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만하게 으스대던 표정을 바꾸어 부드럽고 겸손한 얼굴을 하고 다시 스승 앞에 옵니다. 그리하여 공자는 다시 자로에게 긴 교훈의 말을 주게 되고요. 스승과 제자의 신뢰란 참 아름답지요. ‘남상(濫觴)’이란 성어가 이렇게 생겨났고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고, 처음 먹은 마음처럼 하라고 하는 말을 종종 하는데 시작이 참 중요하지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시작 하는지 가요. 늘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임한다면 허물도 적겠군요.‘남상’이란 성어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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