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파트너에 피랍, 간신히 도망나온 한국 사업가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중국 땅에서 사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중국측 파트너에 의해 강제로 납치됐다 간신히 도망나온 한국 사업가 L씨는 '그날의 악몽'을 되살리며 치를 떨었다.
L씨가 봉변을 당한 것은 지난달 21일. 중국 산둥(山東)성 허저(荷澤)시에 있는 중국회사인 J업체와 상담을 마치고 호텔에서 잠을 자던 중이었다. 자정께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인 3명은 L씨를 위협하고는 같은 산둥성 옌타이(烟台)로 끌고 갔다.
중국인 3명은 지난해초까지 거래했던 H업체의 사람들이었다. H업체는 거래 초기엔 품질도 좋고, 현지 공산당 간부들과 연계해 여러가지 편의도 봐주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거래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제품의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 이후 거래가 끊어질 당시까지 제품 불량(불량률 최고 53%)과 납기 지연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혔다. 급기야 한국내 거래처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L씨는 결국 H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새롭게 J업체와 거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H업체는 자신들이 입힌 손해를 보상하기는 커녕 밀린 가공비만을 달라고 떼를 썼다. 한동안 옥신각신하다 이후 별다른 연락이 없어 이내 일을 잊고 새로운 파트너와 사업에 열중했다. 그러니까 납치를 당한 것은 H업체와 거래가 끊긴 지 거의 1년이 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끝까지 집요했다. 갑자기 호텔방에 들이닥쳐서는 무조건 자신들의 연고지로 데려가서 협박과 공갈로 사실상의 '감금상태'에서 돈(밀린 가공비)을 요구했다. 여권도 빼앗긴 상태였다.
잠시 틈을 타 현재 거래처인 J업체에게도 납치 사실을 알렸다. J업체 직원이 오면서 다소 상황이 나아졌다.
다음날 오전 납치일당이 아침식사를 하는 틈을 이용해 L씨는 J업체 직원의 도움으로 무조건 도망쳤다. 그리고 산둥성 칭다오(靑島)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의 관계자와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5월23일 상하이(上海)로 들어와 상해총영사관의 보호를 받은 뒤 여권 등을 마련하고 이틀후인 25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L씨는 8일 상해총영사관에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자칫 큰 위기에 처할 뻔 했으나 현지공관의 도움으로 일단 안전지대로 피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상해총영사관의 이승일 영사는 "중국시장을 '기회의 땅'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위기의 순간에는 우선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주의 중국의 특성상 외교공관에 연락해야만 공안조직을 통해 신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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