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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합일’의 내포(상)

디지털뉴스팀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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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중국학의 대가 전목(錢穆) 선생은 만년에 중국 전통문화 속의 ‘천인합일(天人合一)’관(觀)을 확연히 깨달았다. 그는 과거 중국 문화의 가장 위대한 공헌은 ‘천(天)’과 ‘인(人)’의 관계를 연구한 것이며, 천인합일관은 중국 고대문화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게 공헌한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평가가 아주 정확하다고 본다.

자고로 중국 전통문화의 3대가(大家)인 유(儒)·석(釋)·도(道)는 모두 천인합일을 말했다. 기원전 300년 ‘곽점초간(郭店楚簡)’에서는 “역(易)으로써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회통(會通·이치나 뜻이 잘 통하도록 해석함)한다”라고 했다. 즉 ‘주역(周易)’은 천인합일 사상을 논술한 책이란 뜻이다.

또 ‘주역’ 문언전(文言傳)에서는 “대인은 하늘·땅과는 덕이 부합하고, 해‧달과는 밝음이 부합하고, 사계절과는 질서가 부합하고, 귀신과는 길흉이 부합하여 하늘보다 먼저 해도 하늘과 어긋나지 않고 하늘보다 뒤에 해도 하늘의 때를 받든다(夫大人者,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先天而天弗違, 後天而奉天時)”고 했다. 이는 ‘천인합일’의 경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도가의 ‘도덕경(道德經)’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고 한 것 역시 ‘천인합일’을 말한다.

불가에서 문수보살(文殊菩薩)의 화신으로 알려진 한산선사(寒山禪師)의 시 “뭇별 널려 있어 밤빛 그윽하고 바위에 일점 외로운 등(燈), 저 달 여태 원기 잃지 않았느니. 원만한 빛 닳아 없어지는 법 없으니 청천에 걸린 이내 마음일세(眾星羅列夜明深, 岩點孤燈月未沉. 圓滿光華不磨瑩, 掛在青天是我心.)” 역시 천인합일을 의미한다.

역대로 ‘천인합일’에 관한 설명이 아주 많았다. 그렇다면 천인합일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왜 천인합일관이 종신토록 이로움을 주는 전통 이념일까? 

■ 속세를 초탈한 경지, 천인합일

중국은 예부터 신주(神州)로 불렸다. 신(神)의 땅 혹은 사람이 신(神)에 의해 신으로 수련 성취할 수 있는 땅이란 의미다. 중국 전통문화 역시 신이 전해준 문화라는 뜻에서 ‘신전문화(神傳文化)’로 불린다. 때문에 중국 고대에는 수련문화가 대단히 발달했다. 많은 사람이 불가 수련과 도가 수련을 통해 부처가 되고 진인(真人)이 돼 생사윤회를 벗어났다.

가령 상고시대 기백(岐伯), 광성자(廣成子), 신농(神農), 황제(黃帝), 이윤(伊尹), 노자(老子) 등은 모두 수도인(修道人)으로서 마침내 수련 성취해 진인(真人)이 됐다. 이런 상태를 노자는 ‘현동(玄同)’이라 했고, 황제(黃帝)는 ‘제설천지(提挈天地·천지를 몸에 지니어 가지다)’라 했다. 그리고 장자는 ‘제물(齊物·외물과 나, 즉 물아가 서로 다르지 않다)’이라고 했다. 

이는 ‘대도와 일치하고, 천지와 나란히 생겨나고, 만물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제설천지’, ‘현동’, ‘제물’은 모두 같은 의미가 담겨 있으니 바로 수련의 가장 높은 경계인 반본귀진(返本歸真),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가리킨다.

중국인들은 염황(炎黃)의 자손이라 불린다. 황제는 중화민족의 인문시조(人文始祖)로서 치우(蚩尤)와 싸워 이기고 천하공주(天下共主·천하 공동의 주인)가 된 후 관직을 설치하고, 전장(典章)을 제정하고, 어질고 능력 있는 이들을 선발하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덕(德)으로 천하를 교화했다. 

그는 또 신하들에게 명령해 건물을 짓고, 오곡을 파종하고, 옷을 만들고, 배와 수레를 제작했다. 황제 시대에 문자, 의학, 산수, 역법(曆法), 악기, 도기, 양잠 등 각종 발명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중화문명의 기초가 황제시대에 다져졌다고 하는 것이다.

황제가 도(道)를 구했다는 전설은 많다. 전설에 따르면 광성자라는 신선이 하남 임여(臨汝)의 서남쪽 공동산(崆峒山)의 한 석굴에 머물고 있을 때 황제가 직접 그를 찾아갔다. 광성자는 황제의 극진한 구도열에 감동해 수련 비법을 전수하면서 “내면 수양을 중시하고 외계의 교란을 배제해야 합니다”, “나의 도는 장차 그대를 무궁지문(無窮之門)으로 이끌어 무극(無極)의 들판에서 놀게 하여 일월과 함께 빛나고 천지와 공존할 것이오”라고 했다.

황제가 마음을 닦고 덕을 중시하자 나라는 안정되고 천하는 태평해졌다. 역사서에 따르면 황제 재위 100년이 되자 나라에 도둑과 싸움이 사라졌고, 인심이 후하고 온정이 넘쳤으며, 기후도 순조로웠고, 심지어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조차 사람을 해치지 않고 새나 짐승, 벌레까지도 황제의 교화를 받았다. 이것이야말로 태평성세의 본보기로서 ‘도가 천하에 행해지니 그 혜택이 팔방에 미친다(道行天下, 德澤八方)’는 도리를 입증한 것이 아닌가?

또 한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2598년 황제가 교산(橋山) 자락에서 큰 솥을 주조했다. 주물이 완성되자 곧 하늘이 열리더니 황룡(黃龍) 한 마리가 내려와 그를 맞이했다. 황제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 70여 명과 함께 황룡을 타고 백일비승(白日飛升·한낮에 하늘로 날아오름)했다. 

수련 성취해 원만(圓滿·결함이나 부족함이 전혀 없는 ‘초탈의 경지’에 이름)한 것이다. 이 신성한 장관을 목격한 뭇 백성이 신의 존재를 믿게 됐고 도덕을 숭상하게 됐다.

황제가 대낮에 하늘로 올라감으로써 염황자손들은 사람이 수련을 통해 하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여기서 하늘이란 바로 신(神)이다. 중국인들은 늘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늘이 지켜본다”, “황천(皇天)은 편애함이 없고 오직 덕이 있는 자를 돕는다”, “천명(天命)은 어길 수 없다”, “덕으로 하늘의 뜻을 따른다(以德配天)” “하늘에 죄를 지으면 기도를 해도 소용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모두 ‘신’을 가리킨다. 사람이 신과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수련(修煉)’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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